스크랩

암벽등반

tlsdkssk 2016. 5. 11. 07:29

수리봉 실크로드(5.12b) 최고난이도 슬랩을 자유등반을 하면서 티끌만큼도 잡념을 허용하지 않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빠진다.
슬랩 등반은 고도의 집중력과 감각, 유연성의 집합체이며 몸에 무리가 없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해진 홀드가 없어 추락에 대한 공포로 몸이 경직되는 순간 여지없이 추락하고 만다. 따라서 슬랩 등반은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화강암의 작은 돌기와 어울려 무아지경에 이르는 최고의 맨탈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손은 펌핑이 나지만 발에는 펌핑이 없다

1/60억의 사나이 이종격투기 최강자, 효도르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 이종격투기 선수가 '어떻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에 효도르는 현란한 기술이 아닌 기본을 갈고 닦는 땀과 노력이라고 했다. 이처럼 모든 운동에 있어 기본이 정말 중요하다. 슬랩은 등반의 기본이면서도 어려워, 암벽등반은 슬랩에서 시작해 슬랩으로 끝난다. 그래서 슬랩을 빼놓곤 자연바위를 논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슬랩 등반지는 단연코 수리봉이라 말 할 수 있다. 5.13급 등반자가 몸을 풀기위해 아이길(5.10a)을 올라가다가 크럭스를 넘어서지 못하고 몇 번을 추락하는 새 암벽화 창이 터져 포기하고 내려오는 곳이 수리봉의 슬랩이다. 슬랩 등반은 손과 발의 감각으로 하는 등반이기에 오늘 성공한다고 해서 내일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인수봉 5.12a 빌라길 등반보다, 수리봉 5.10a 아이길 슬랩 등반이 더 부담된다. 그만큼 슬랩은 정해진 홀드가 없어 감각만을 믿어야 한다. 슬랩등반은 매번 온사이트 개념인 것이다.

크랙이나 페이스등반은 기본적인 손과 발 홀드가 정해져 있어 그에 맞는 힘만 길러 놓으면 등반이 가능하나 슬랩의 홀드는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만큼 바위에 대한 미세한 감각이 중요하다. 슬랩 등반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직접 부딪혀 쌓은 경험에 비례한다. 즉 다양한 슬랩에 붙고, 노력하는 것만이 슬랩 등반을 잘할 수 있는 길이다.

자연바위에 있어 슬랩 등반은 기본인데, 등반자들은 기본이기 때문에 쉽게 묵과하는 경우가 있다. 자유등반에는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 능률을 발휘해야하는 경제논리가 적용된다. 그런 점에서 슬랩을 잘 해야지만 미세한 홀드에 발을 잘 디디게 되고 팔 부하를 감소시켜 적은 힘으로 크랙이나 페이스를 오르게 되어 자유등반 능률이 올라간다. 필자는 주로 힘을 쓰는 스포츠클라이밍보다 미세한 감각으로 하는 슬랩 등반을 좋아하기에 부족하지만 그에 대해 나름대로의 몇 자 적어 볼까한다.

슬랩 등반의 기본적인 자세

슬랩에서 일어설 때는 머리를 들고 어깨를 바위에 떼어놓는다는 느낌으로 서야한다. 상체(어깨)가 바위에 붙을수록 암벽화의 마찰력이 감소해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아래 홀드에 시선을 두고 일어서면 이 또한 머리 무게 때문에 발에 체중이 실리지 못하고 추락하게 된다. 홀드를 손으로 잡은 채 발로 디딘 그 홀드를 절대적으로 믿고 머리를 들면서 일어서야한다.

슬랩에서 손쓰기

엄지를 마지막 일어서는 순간까지도 놓지 않고 눌러 지지력을 형성한다.머리는 들고 다리와 무릎은 항상 펴 주어야 지지력을 얻는다.
슬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가락 끝 힘만으로 홀드를 잡고 당기는데, 정석은 어깨로 지그시 누르면서 그 힘이 팔을 타고 손으로 전달되어 홀드를 손끝으로 눌리면서 모아 당긴다는 느낌으로 등반해야 한다. 중력은 수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홀드를 어깨로 누른다는 것은 상체가 바위 면에서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멀어진 만큼 암벽화 마찰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손은 갈고리모양을 기본으로 하고 엄지손가락을 잘 활용해야 한다. 갈고리모양은 더운 날씨에 홀드가 없는 슬랩에서도 최대의 지지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5.11급 슬랩은 손가락 마디 끝 0.5mm의 힘이다. 손가락 하나하나 힘을 주고 마지막엔 엄지로 지지력을 얻어 일어선다. 엄지는 전체 손가락의 3분의 1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엄지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한다. 네 손가락을 벌리면서 미세한 홀드를 잡고 마지막 엄지가 지렛대 역할을 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만들고, 거기에 손바닥의 마찰력까지 이용하여 크게 벌려 잡는다.

11급 슬랩에서는 실질적으로 발을 딛을 수 없는 곳이 많아 손가락 힘이 없으면 등반이 힘들다. 아무리 홀드가 없어도 바위 결 중에 한 톨은 위로 튀어나와있기 마련이다. 진짜 고수는 그 한 톨을 사용해 손가락과 바닥면을 최대한 바위를 붙여 마찰력을 이용한다. 가파른 슬랩에서는 한 톨의 홀드에 엄지와 검지를 꼬집듯이 쥐고 일어서야 하며, 이때도 마지막까지 엄지로 누르면서 한 톨의 홀드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삼지점보다는 사지점이 지지력이 좋기 때문이다.

슬랩에서 기본적으로 손 홀드를 사용하는 방법

● 손가락마디를 꺾어 갈고리처럼 만드는 훈련법

1 손에 힘을 빼고 바위면에 댄다.

2 한손으로 덮어 앞으로 누른다.

3 다섯 손가락 마디가 꺾어 갈고리모양으로 만들어 홀드를 누르고 모아 당긴다.

4 팔굽혀펴기로 손가락끝마디를 훈련한다.

● 기타 홀드를 잡는 방법

슬랩에서 발쓰기

보통 책에서는 발을 아웃사이드를 디디면 밸런스가 깨진다고 이야기하는데 필자는 아웃사이드로 딛는 것을 좋아한다. 등반 방향과 홀드 결에 따라 발을 아웃사이드로 딛고 일어서면 바위와 닿는 면적이 많아지고 어깨와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빠져 강한 지지력을 얻어 힘이 많이 절약된다.
필자가 처음 슬랩 등반을 했을 때는 습관적으로 발끝으로만 디뎌 쉽게 추락을 하고, 손에 부하가 많이 걸려 금방 펌핑이 났었다. 발을 대는 것과 딛는 것은 다르다. 각이 센 슬랩에서 발을 대는 것은 면적을 크게 하여 암벽화를 100% 활용하여 추락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발을 디디려고 하면 면적이 적어 지지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여지없이 추락하고 만다. 이때는 발목을 꺾어 바위에 최대한 발이 닫는 면적을 넓게 한다. 발을 쓸 때는 콩알만 한 홀드라도 있으면 그곳을 암벽화 끝으로만 밟아내려 하지 말고 암벽화로 감싸는 기술을 써야한다.

슬랩에서 발을 홀드에 디딜 때는 발을 안쪽으로 딛고 무릎을 바깥쪽으로 하여 일어서면서 무릎이 안쪽으로 들어와야 자연스럽게 감싸져 암벽화가 지지력을 얻을 수 있다, 즉 나뭇결에 따라 도끼로 패야 장작이 쪼개지는 것처럼 바위도 발을 정확히 바윗결에 따라 디디면서 그 모양과 각에 따라 모으고 벌려 지지력을 형성해야만 밀리지가 않는다. 또 나가는 방향에 따라 신발의 안창과 바깥창을 적절히 사용하여 마찰력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일어설 땐 무릎을 아기들이 걷는 ‘안짱걸음’처럼 암벽화 안창으로 부드럽게 모으면서 일어나야만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발은 발목으로 누른다는 느낌으로 뒷꿈치를 낮게 하여 최대한 많이 딛고 일어서면서 발가락 끝으로 힘을 전달해야 정확한 문질러 딛기가 된다. 뒷다리는 체중을 이동할 때 반드시 무릎을 펴주어야만 앞으로 체중을 쏠리지 않는다.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힌 채로 있으면 바로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과 발 홀드를 믿고 과감하게 일어서면서 머리를 들어야 머리무게에 의해서 발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발을 믿고, 머리를 들고, 엉덩이는 넣고, 일어설 때 무릎은 펴야 발이 홀드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렇지 못해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상체가 바위에 붙어 추락으로 이어진다. 등반은 냉정하고 침착하게 리듬을 타면서 유연하고 과감하게 올라야한다.

슬랩에서 기본적으로 발 홀드를 사용하는 법

슬랩에서는 딛을 수 있는 홀드가 없기 때문에 발을 최대한 많이 댄다
일어서면서 발목에서 발가락 끝으로 힘을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일어선다.

● 슬랩 등반의 잘못된 자세 ● 슬랩 등반의 올바른 자세

슬랩에서 발모양으로 지지력 얻기 및 기타자세

각이 있는 슬랩에서 발 홀드가 없을 때는 힘을 복부에서 시작하여 골반, 무릎, 발목, 발가락 끝에 모으고, 벌리는 힘은 암벽화에 전달하여 지지력을 얻는다. 말 그대로 모든 미세한 근육을 사용하여야 한다. 뒷발의 무릎은 체중 이동 시 반드시 펴주어야만 앞으로 체중이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어정쩡하게 무릎을 굽히고 있으면 바로 추락으로 이어진다. 발이 좋은 슬랩에서 손을 주먹 쥐고 발로만 올라가는 기술을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슬랩에서는 신중하게 그리고 정적으로 등반하되, 가볍게 그리고 물 흐르듯이 올라야 한다.

1 발 홀드가 없을시 발을 바위 면에 일직선으로 딛어 지지력을 형성한다.

2 발 홀드가 없을시 무릎을 모으는 힘으로 순간 지지력을 얻는다.

3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뒤꿈치를 모으면 11자로 벌리는 것보다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4 고난이도 슬랩에서는 홀드를 수직으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양쪽에서 힘을 모아 당기면서 일어서야 한다.

5 등반에서 클립하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 특히 슬랩에서는 홀드가 없어 클립하는 그 순간은 모든 걸 집중해야한다.
슬랩 등반을 위한 유연성
1 슬랩에서 골반 및 발목의 유연성이 절대적이다. 골반유연성으로 먼 홀드를 딛고 체중이 이동이 가능하다.2 위에 있는 홀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어깨 높이가 좋고, 거리가 먼 곳으로 단번에 가려고 하면 상체가 흩어지면 떨어지고, 뭉치면 오른다.
톱클래스 운동선수의 첫 번째 조건은 유연성이다. 야구 타자가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에서 배트를 휘두르면 공이 멀리 날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힘이 들어갈수록 공은 멀리 날아가지 않고 불필요한 체력소모만 있다. 공이 멀리 날려 보내려면 몸에 힘을 빼고 배트에 맞는 순간 임팩트만 가해야 하고 이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돼야 한다. 즉 유연성이 받쳐 주지 않으면 동작이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힘이 많이 소비된다.

또한 유연성이 받쳐 주지 못하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금방 지치고 부상을 초래한다. 이는 암벽등반에서도 마찬가지다. 슬랩에서 추락에 대한 공포로 힘이 들어가면 몸이 굳어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고, 금방 추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슬랩 등반에서는 골반 및 발목의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난이도 슬랩에서는 홀드가 허리 이상 높이에 있어 발을 높게 올려 체중을 실어야 하는데 이때 골반의 유연성이 절대적이다. 또 한 발목도 유연해야 많은 홀드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손의 부하를 줄 일수 있다.

매일 30분 이상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길러 슬랩 등반의 기본요소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힘이 들어가 경직된 근육은 몇 발자국 올라가지도 못하고 추락하고 만다. 또한 등반에서는 밸런스도 중요하다. 슬랩은 발과 손 홀드가 불규칙하고 미세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밸런스를 집중적으로 익히려면 홀드가 많은 슬랩에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발과 밸런스로만 올라가면서 점차 가파른 슬랩으로 난이도를 높여가며 감각을 익히는 훈련을 한다.

김창곤_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장 / ejmean@emount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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