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아파트가 주는 여러 가지 편리함을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집을 지었다. 붉은 기와와 벽돌, 나무가 주는 따뜻함이 있는 집이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언덕 위에 서 있는 이국적인 주택이 눈에 띈다. 이탈리아 중부 투스칸 지역의 양식으로 지어진 주택이다. 집이 제법 컸지만, 위압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대지와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인상이다. 전면부의 데크에 오르니 아이가 취재진을 해맑게 맞는다. 올해 다섯 살인 지후는 집 안팎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있잖아요, 예전에는 뛰면요, 밑에서 아줌마가 올라오고 그랬어요. 몇 번이나요.”
인터뷰 전, 손님의 방문에 신이 난 지후는 자기가 먼저 집을 소개하겠다고 계단을 오르면서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쉽게 꺼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도 조금씩 상처를 남긴 것이다.
“아이가 크면서 뛰어노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파트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아이에게 매번 ‘안 돼’와 ‘하지 마’라는 부정적인 말만 하게 되는 상황도, 그때마다 아이가 움츠러드는 것을 느끼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 대지면적 : 555㎡(168평) /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172㎡(52평) / 지하주차장 : 80㎡(24평) / 연면적 : 283.8㎡(86평) / 건폐율 : 30.9%
용적률 : 36.9% / 주차대수 : 2대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 중목구조 병행
구조재 : 벽 - 외벽 2×8 + 내벽 S.P.F 구조목, 지붕 - 2×10, 짚보드, 지붕용 투습방습지
지붕마감재 : 테릴 스페니쉬기와(랭귀도신) / 단열재 : 에코필 분사형 / 외벽마감재 : 비드법2종3호 100㎜, 하부 고벽돌, 스터코플렉스 / 창호재 : 허드, SOGNO Tuscan House
자체제작 : 목창(에너지등급 2등급)
설계 : Space_Mo
시공 : SOGNO Tuscan House 070-4768-1893 www.sogno.kr
잦을 때는 하루에 네 번. 수시로 올라오는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던 건축주에게 층간소음은 무척 큰 고민거리였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또래 친구들이 단독주택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을 종종 전해 들은 건축주는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내려놓고 전주에 전원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전주로 내려와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하자 변화는 금세 나타났다. 자연과 어우러져 마음대로 뛰어 놀고 즐기면서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밝아졌다. 자유롭게 놀지만 산만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집중력도 높아졌다. 집이 지어지고 아빠가 집 안 가구들을 직접 만드는 과정을 보다 보니 아이도 뭔가 만들거나 집안을 꾸미고 싶어 하는 등 창의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처음엔 거실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 걱정도 했는데, 살아보니 오히려 좋더라고요. 아이는 자유롭게 놀고, 저도 주방이나 작업공간에서 거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도 걱정을 많이 덜 수 있었어요.”
실을 복잡한 구조로 많이 만들기보다는 적게, 그리고 크게 만들었다. 그래서 주방과 거실, 작업공간은 분리되지 않고 큰 거실에 나란히 자리한다. 거실은 기둥이나 벽으로 인한 시선 차단을 줄이고 탁 트인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 상부를 중목구조로 설계했다. 천장에 드러나는 묵직한 목재 트러스는 지붕의 하중을 잡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목재 인테리어 효과를 주었다. 해먹과 그네를 연결했는데, 지후가 가장 좋아한다.
직접 제작한 가구와 마루, 실내 인테리어에는 고급 목재를 사용해 자연주의적 느낌을 줬다. 창호 또한 바깥은 시스템 창호를, 안쪽은 시공사에서 자체 제작한 목창을 사용해 이중창의 단열효과를 얻었다. 벽난로를 적절히 활용해, 거실이 무척 넓은데도 난방비는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겨울 동안 벽난로는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는 재미까지 챙겼다고 건축주는 전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던 애드워드 친환경 도장, 밀러 친환경 도장 / 바닥재 : 나스 원목마루(빈티지 오크 카라멜 스모크) /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로얄 / 주방 가구 : SOGNO Tuscan House 자체제작
전기 및 조명 : LED조명(을지로 광성조명) / 계단재 : 애쉬 집성판 40㎜
현관문 : 유림도어 탄화목 제작 / 방문 및 붙박이장 : SOGNO Tuscan House 자체제작
데크재 : 방킬라이, 고벽돌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가족끼리 대중탕에 가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욕조를 크게 만들어 집에서도 가족이 다 함께 목욕을 즐길 수 있게끔 했죠. 겨우내 물놀이는 여기서 다 했네요(웃음).”
아이를 위해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욕실이다. 가족용 욕실은 안방을 통해 들어갈 수 있게 배치했고, 브라운 컬러의 타일과 목재로 넓으면서도 아늑함을 더했다.
안방은 책을 좋아하는 건축주의 취향에 맞춰 한쪽 벽에 책장을 맞추고 앤티크풍의 티테이블과 의자를 갖춰 북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쪽은 벽과 커튼, 단차를 통해 잠을 자는 공간을 분리했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아이 방과 다락방, 그리고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장난감이 가득한 다락방이다. 실이 적고 큰 집 구조에서 다락방은 아이에게 구조적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되었다. 다락방의 출입구 맞은편 벽은 오픈되어 1층의 드레스룸과 연결된다. 아직 아이가 부모와 함께 안방에서 자 온전히 쓰지는 않고 있는 아이방을 현재 남편의 작업실로 이용하고 있다. 건축주는 지후가 커서 혼자 이 방을 쓰게 되면 복층으로 증축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다음에 또 와서 같이 놀아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지후는 아쉬워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이렇게 오롯이 가족에 맞추고 배려해 지어진 집에서 아이는, 오늘도 행복한 꿈을 꾸며 자라날 것이다.
에디터_신기영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4월호 / Vol.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