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겠다고 지난 주말 찾아간 사막,
남가주는 도심을 벗어나면 온통 사막입니다.
사방을 돌아봐도 바위들과 모래와 가시덤불과 바람 뿐...
그나마 겨울철에 비가 내려서
황량하기 그지 없는 너른 모래 사막 위에
누가 심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았을 터이지만
야생화들이 곱고 예쁘게 피어서
세찬 바람에 마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야생동물들도 많이 서식하지만 별로 눈에 띄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산...
장엄하게 멀리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하다보니 참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보이는 것을 렌즈에 담는 것이 사진寫眞일진데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담고 싶기도 하답니다.
야생화들을 흔드는 거센 사막의 바람을 담고 싶기도 하고
그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들도 담고 싶고
조그만 일에도 쉽사리 흔들려 휘청거리는 내 마음을 담고 싶을 때도 있답니다.
우리네 인생사... 참 그렇습니다.
고뇌하며 방황하던 젊은 시절도 다 지내고 이제 살 만큼 살았다 싶은데
감정이나 감성은 늙지도 않는 것인지 아직도 때로는 기쁘고 즐거워 크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에 겨워 마음이 교만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서 남 몰래 울기도 하고
때로는 아픈 상처로 괴로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워서 우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고요한 시간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죄들이 들어있는지,
죄가 죄인 줄 알면서도 외면하기도 하고 합리화 시키기도 하고...
그러므로 혼탁해진 마음을 안고 겨울바다를 찾아가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시린 바람에 나를 씻어내고 싶어지기도 하였고...
사막에 갔을 때는 사막 어딘가에 나 자신을 버려 버리고 싶기도 하였지만
이도 저도 아무 것도 못하고 갈등은 여전하여 괴롭기만 합니다.
그래도 매년 이맘 때 쯤 고난주간이 다가오면
이제까지 나를 사랑하시고 인도하시고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존재 앞에
내 모습 그대로 숨기지도 못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방탕하여 아버지의 집을 떠나 헤메이던 탕자가 가진 것을 다 탕진하고
돼지우리에서 쥐엄열매를 먹으며 지내다가
비로서 그립고 따뜻한 아버지의 집, 아들을 나무라지도 아니하시고
잔치를 벌려 반겨주시는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듯이...
다시 맞이하는 고난주간,
부끄러운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성경말씀을 묵상해 봅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이사야 53: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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