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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Death and Maiden) 제 2 악장(Andante con moto)

tlsdkssk 2016. 3. 12. 21:14

슈베르트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Death and Maiden)

제 2 악장(Andante con moto)



Schubert (Enesco Stringquatett Chamber Orchestra) String Quartet No. 14 in d minor, D810 'Death and Maiden' 1. Allegro, 2. Andante con moto, 3. Scherzo: Allegro molto

잘 아시는 '죽음과 소녀' 중 제 2 악장입니다. 활기차게 걸음을 걷는 듯 (Andante con moto) 연주됩니다. 알반베르크 현악 4중주단이 유명하지만 CD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Enesco 4중주단이 연주한 곡으로 올렸습니다.


저는 이 곡을 꽤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여러 가지 발칙한 상상들을 해 보면서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예술가가 된 느낌도 가져보면서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슈베르트의 송어(Trout)와 함께 한 장의 CD로 구워져 있어 어느덧 저의 애청 CD 넘버1이 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베토벤을 너무나도 숭배하지만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슈베르트의 이 CD는 차라리 사랑한다는 표현을 써야만 옳을 듯 합니다. 


1악장이 죽음이고, 3악장이 소녀라면 2악장은 '과'입니다. 바로 들뢰즈가 말한 연접(...와, ...과)에 해당한다는 발칙한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바이올린을 '소녀', 첼로를 '죽음의 신'으로 생각하고 감상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더라도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역시 중요한 '과'에 해당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곡은 무등산처럼 들립니다. 무등산 아래 다락에서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과의 소중한 마주침, 매킨토시 룸에서의 클래식과의 소중한 마주침, 어느 하나 높낮이를 구분할 수 없이 소중한 마주침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과'의 노래, 우연의 노래, 연접의 노래, 그래서 사랑스런 노래로 들리나 봅니다.


색즉시공공즉시색 [色卽是空空卽是色]을 생각해 봅니다. 색은 존재, 공은 무(無)라면 소녀와 죽음은 어느덧 깊은 사색의 빌미가 되어버립니다. 바람난 아버지와 수줍던 처녀의 만남으로 우연히 태어나서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사랑스런 소녀와 그 '과'를 맺지 못한 '차이'가 너무나도 한스럽다는 생각이 한참 저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이제는 음악과도 '과'가 있고 무등산과도 '과'가 있어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이 필연, 질서, 뿌리라면 음악은 우연, 일탈, 연접(리좀)입니다. 저 그림의 소녀가 너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죽음은 너무 미남이죠? 그런 의미에서 그림보다는 음악이 더 정직하고 따라서 더 철학적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더울 때는 공포영화가 제격이라는데, 무서운 음악이 없다면 공포영화도 존재할 수 없답니다. 따라서 오늘 죽음과 소녀는 다락에 올리는 납량특집으로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위에 모두 힘 내시기 바라면서 오랜만에 유리병 편지 하나 띄워봅니다.


출처 : 다락 클래식 음악감상실
글쓴이 : 임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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