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스웨덴 드라마 <리얼 휴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결과가 ‘알파고 충격’으로까지 불리는 것은 단지 인간 최고수에 대한 인공지능의 승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사회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한꺼번에 맞닥뜨린 데 대한 혼란이 더 정확한 느낌일 것이다. 초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에스에프(SF)에서나 접했던 먼 미래의 추상적 의문들이 당장 몇십년 안에 해결해야 할 질문들로 다가왔다. 내 일자리는 안전할까, 인공지능이 감정을 지닐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권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등 미처 답이 준비되지 않은 물음은 무수히 많다.
2013년 <한국방송>에서 ‘해외걸작 드라마’로 방영된 스웨덴 드라마 <리얼 휴먼>은 그러한 질문들을 꽤 구체적으로 던지고 있다. 배경도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평행세계로 그려져 더 현실감이 넘친다. 인간과 꼭 닮은 외모의 휴머노이드, 일명 ‘휴봇’이 상용화된 시대에 그를 대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답을 고민하는 작품이다.
드라마는 여러 인물과 휴봇의 사연을 오가는 다중시점으로 전개된다. 렌나르트(스텐 엘프스트룀)는 아들처럼 지내온 휴봇 오디(알레산데르 스톡스)가 폐기처분 통보를 받자 상실감에 시달리고, 기계에 거부감이 있는 잉에르(피아 할보르센)는 우연히 얻게 된 휴봇 아니타(리세테 파글레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한다. 테레세(카밀라 라르손)는 폭력적인 남편과 헤어져 말이 잘 통하는 휴봇과의 새 삶을 택하고, 직장에서 휴봇에게 밀려난 로게르(레이프 안드레)는 아내마저 떠나자 휴봇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다.
이들 사회 바깥에는 또다른 생존 방식을 고민하는 무리가 있다. 어린 시절 사고로 반휴봇이 된 레오(안드레아스 빌손)는 과학자 아버지가 특별 개조하여 자유의지를 갖게 된 휴봇들과 인간 세계에 자연스럽게 섞이기를 바라고, 휴봇들의 리더 니스카(에바 뢰세)는 그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인간들에 맞설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반휴봇 단체 ‘리얼휴먼’의 테러, 휴봇들의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의 추적극이 가세한다.
복잡하게 뒤얽히는 플롯 와중에도 드라마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결국 공존의 문제다. 한 에피소드에서 연인 휴봇과 클럽에 들어가려는 테레세를 저지하던 남자의 말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남자랑 여자, 여자랑 여자, 남자랑 남자, 다 괜찮지만 이런 꼴은 못 본다구요.” 주류집단과 사회적 소수자의 투쟁의 역사를 인간과 휴봇에게도 적용시켜, 기술 발전에만 초점을 맞추다 소외될 수 있는 공존의 가치를 새삼 환기시킨 대사다. 아직 ‘여자랑 여자, 남자랑 남자의 관계도 괜찮지 않은’ 이곳에서 인공지능 시대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흥분하기 전에 더 중요하게 생각해볼 질문도 마찬가지다.
'스크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투리타타 (0) | 2016.03.25 |
---|---|
기피음식 (0) | 2016.03.21 |
돼지고기 요리 (0) | 2016.03.18 |
[스크랩] 의료실비(건강보험료) 알뜰체크 생활지혜 (0) | 2016.03.15 |
[스크랩] Falling in Love... Being in Love... Staying in Love... 감성 과학 다큐멘터리 `사랑` (0) | 2016.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