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신영복

tlsdkssk 2016. 1. 16. 20:29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 아래서 책을 읽기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려고 했지요.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15일 작고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된 서울특별시 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 전문웹진 ‘다들’ 발행인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다들, 배움: MENTOR’를 주제로 작고 80여일 전인 지난해 10월 진행한 이날 인터뷰에서 고인은 “머리로 이해하는 공부는 소위 말하는 합리주의적 사고로, 텍스트에 밑줄 치고 암기하면서 하는 그런 공부는 크게 어렵지 않다”며 “(공부가) 가슴까지 와야 한다는 건 공부 대상에 대한 공감과 애정으로 나가야 진정한 공부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함께 징역 사는 숱한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대상화하거나 분석하곤 했지만, 차츰 ‘아, 나도 저 사람 부모 같은 사람 만나 저런 인생 역정을 거쳤으면 똑같은 죄명으로 감옥에 앉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나더라”며 “그들과의 공감, 애정 등이 생기며 내 공부가 가슴까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히 고인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야 한다”며 ‘발까지의 여행’을 강조했다. 단순히 차이를 인식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 차이를 “자기 변화의 교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란 것은 자기 변화의 교본입니다. 이런 변화를 위한 실천으로까지 나아가야 진정한 공부라는 겁니다. 그래서 참된 공부는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던 것이지요.”

고인은 김 원장이 ‘많은 이들이 한 훌륭한 개인이 우리 시대의 스승이 돼 길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묻자 이해관계, 갈등 등을 이유로 “원래 스승 혹은 사표는 당대 사회에는 없는 법”이라며 “세월이 흐른 뒤에야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석좌교수는 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어리석지만 우직하게 공부하고, 더불어 살기를 희망했다. “사람을 크게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두 부류로 나누기도 하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추기보다 세상을 자기에게 맞출 수 없을까 고민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세상이 그나마 변화한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 때문이지요. 그래서 공부는 어리석게 해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을 쫓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