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함석 간판 아래 쪼그려 앉아
빗물로 동그라미 그리는 여자와
어디로도 함부로 팔려 가지 않는 여자와
애인 생겨도 전화번호 바꾸지 않는 여자와
나이롱 커튼 같은 헝겊으로 원피스 차려입은 여자와
현실도 미래도 종말도 아무런 희망 아닌 여자와
외항선 타고 밀항한 남자 따위 기다리지 않는 여자와
가끔은 목욕 바구니 들고 조조영화 보러 가는 여자와
비 오는 날 가면 문 닫아 걸고
밤새 말없이 술 마셔주는 여자와
유행가라곤 심수봉 밖에 모르는 여자와
취해도 울지 않는 여자와
왜냐고 묻지 않는 여자와
아,
다시 연애하게 되면 그땐
저문 술집 여자하고나 눈 맞아야지
사랑 같은 거 믿지 않는 여자와
그러나 꽃이 피면 꽃 피었다고
낮술 마시는 여자와
독하게 눈 맞아서
저물도록 몸 버려야지
돌아오지 말아야지
반가사유/류 근
Pensive/Ryu Geun
半跏思惟/柳 根
시인이여
바다가허연 웃음을 베어물고
떠나는 겨울지금쯤 그대가
나이테도 없이 썩은 등걸로
풀썩쓰러진들 어떠리뻘밭에 살면
누구든본디 모습 비쳐 볼 재간 없고
그대는 농게처럼
옆걸음을 치면서
자조의 시를 쓰고 있지만
문득술잔에 떨어지는
서옹의 흰 눈썹 한 올눈길 한 번에한 하늘이 깨지는 소리듣고 있거늘
이외수 의 "류근 에게
류근 柳根
1911년 경북 문경 生
중앙대 문예창작과외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김광석 노래'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작사가
시집 상처적 체질(문학과지성사/2010)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곰/2013)
어떻게 해야 思惟라 함을 이해 할 수 있을까?
며칠 전 밤 늦은 술자리에서 친구놈이 불쑥 내게 던진 말이다.
그 말을 끝으로 한 5분간은 멍청히 서로의 얼굴만 처다보다 헤어졌다.思惟라...
설명 할 수있는 단어 인가.
思惟라...
사전적 의미나 표현으로 의미가 전달 될 수 있는 단어 인가.
한 치도 못 되는 생각의 깊이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한게 사실이다..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 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보내주는 사람은 말이 없는데
떠나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해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마세요
하루 하루 바다만 바라보다
눈물 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하~ 아~하~
이별에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남자는 다그래
매달리고 싶은 이별의 시간도
짧은 입맞춤으로 끝나면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아주 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눈 멀도록 바다만 지키게 하고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지도 마세요
못견디게 네가 좋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남자는 남자는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하~ 아~하~
쓸쓸한 표정 짓고 돌아서서 웃어버리는
남자는 다 그래
SAT.5.DECEMBER.2015 정효(JACE)
FOEM:반가사유/류근 .Pensive/Ryu Geun. 半跏思惟/柳 根
MUSIC:심수봉/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A man of Ship, A woman of Harbor/Shim su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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