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저, 저, 하는 사이에.... 이규리

tlsdkssk 2015. 11. 11. 07:11

 

 

 

그가 커피숍에 들어섰을 때

재킷 뒤에 세탁소 꼬리표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왜 아무도 말해주지 못했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애써 준비한 말 대신 튀어나온 엉뚱한 말처럼

저 꼬리표 탯줄인지 모른다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상견례하는 자리에서

한쪽 인조 속눈썹이 떨어져나간 것도 모르고

한껏 고요히 앉아 있던 일

각기 지닌 삶이 너무 진지해서

그 일 누구도 말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저, 저, 하면서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7년간의 연애를 덮고 한 달 만에 시집간 이모는

그 7년을 어디에 넣어 갔을까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아니라 아니라 못하고 발목이 빠져드는데도

저, 저, 하면서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그런 때가

있는 것이다

 

 

저, 저, 하는 사이에/ 이규리

Irresolutely in while/Lee gyuri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시인 이규리

 

1955년 경북 문경 출생
1994 <현대시학> 등단
계명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4 시집 <앤디 워홀의 생각> 세계사
2006 시집  <뒷모습> 랜덤하우스

2014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예요> 문학동네

 

 

8.NOV 2015 정효(JACE)

FOEM: Irresolutely in while/Lee gyuri

MUSIC:Francis Goya / Keinussa Kesällä Kerran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丁曉 원글보기
메모 :

'詩가 흐르는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이 플라워  (0) 2015.12.08
[스크랩] 반가사유....류근  (0) 2015.12.05
[스크랩]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0) 2015.11.11
[스크랩] 들풀 - 류시화  (0) 2015.09.19
바람 시  (0) 201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