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

tlsdkssk 2015. 7. 9. 16:23

나에게 부당하게 화를 내거나 무시하는 사람을 대하는 최선의 전략은 뭘까? 바로 그 사람과 똑같아지지 않는 것이다.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을 주고객으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하는 저자 샘 혼(Sam Horn)은 상사나 고객의 폭언에 상처받은 직장인, 자녀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좌절한 부모, 상대국의 외교적 망언에 분노한 정치지도자에게 똑같은 처방을 내렸다. "되받아치기보다 내 마음과 입부터 다스리라"는 것이다. 혼은 이를 혀(tongue)로 하는 쿵후라는 의미에서 '텅후'라고 이름 붙였다.

 

혼은 10가지 텅후를 제시한다. 나에게 무관심한 이에겐 나와 무관한 이슈나 물건을 화제로 끌어들이고, 참을성 없는 사람에겐 짧게 말하며, 짜증내는 사람에겐 유머를 구사하라는 것이다. 사사건건 반대하는 사람과 협상할 땐 '하지만'이란 접속사 대신 '그래서'를 자주 써보라고 했다. 혼은 특히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 조용히 '무슨 뜻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죠?'라고 질문해 상대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라고 했다. 또 먼저 포용심을 발휘하면 타인이 나의 행복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싸워서 상대를 때려눕히라고 말하지 않는다. 요점은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공격하지 않고 우아하게 이기는 기술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널려 있어도 적이 많으면 성공하기 힘든 법이다. 적을 굳이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말은 피해야 하고, 또 어떤 말은 적재적소에 던져줘야 하는지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은 특히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유용한 대화 지침서가 될 것이다.

 

내가 옳은데도 협상해야 하는 이유

 

나라면 어떨까? 와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 걸까? 라는 두 개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상대에 대한 빈정거림에서 벗어나 공감으로 가게 된다. 상대의 공격적 행동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확실히 밝히지 못해도 좋다. 이유를 고민하는 몇 초의 시간 덕분에 당신은 나중에 후회하게 될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게 될 테니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 신경을 거스르게 한 사람이라면 기분 나쁜 소리를 들어야지요! 상대가 선을 넘었는데도 왜 저만 평화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거죠?”

 

상대가 불친절하게 구는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내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늘 까다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내 인내심을 독하게 시험하는 상대에게 똑같이 맞서고 싶다면 이 점을 기억하라. 참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 당신이 느끼는 모욕감은 어쩌면 상대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례한 상대에게 그 대가를 요구하는 당신의 행동은 또다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때 상대에게 공감하는 한마디를 던지는 것은 바로 내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 승자 없는 싸움에 휘말리는 상황을 방지해준다.(pp.27~28)

 

라고 해야 할지 모를 때 해야 할 말

 

누군가 당신을 공격해올 때는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득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즉각적으로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자신을 방어하려 하거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며 부인하고 나서지 말라. 왜냐고? 예기치 못한 언어적 공격에 발끈하여 되받는다면 이미 덫에 걸린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늘 방어적이지요?”라는 말에 “난 방어적이지 않아요”라고 답한다면 상대의 말을 확인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너무 감정적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난 감정적이지 않아요”라고 답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상대의 지적을 사실로 증명시켜줄 뿐이다.

 

우리 인간의 뇌는 말해진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 반대되는 모습을 그려내지 못한다.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거나 하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면, 우리 뇌는 바로 그 무언가를 기억한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리처드 닉슨은 이 교훈을 얻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개인 뇌물 수수의혹을 받는 가운데 텔레비전 생방송 연설을 하게 된 그는 “전 사기꾼이 아닙니다”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말았다.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이 시도는 오히려 사기꾼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역할을 한 것이다.(pp.51~53)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라는 말을 버려라

 

문제를 일으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문제’라는 말 자체이다. 과학자나 수학자들에게 이 단어는 연구하고 해결해야 할 질문이라는 의미일 뿐 부정적인 뉘앙스가 없다. 하지만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문제’는 곧 곤란과 말썽을 뜻한다. 당황, 실망, 분노의 원천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매일같이 이 단어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은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상대방 역시 당황하고 실망하고 분노하게 된다. 이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을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셈이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이 세상을 보는 눈을 결정하는 법이다. ‘문제’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넣음으로써 당신도 대화를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어느 유통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말이라는 건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백화점은 고객불만처리팀을 품질보증팀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지요. 그러자 부서원들의 업무 실적이나 사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그 전에는 문제 해결이 자기 업무라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이제는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업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거지요. 팀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언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일 기회가 됩니다. 업무가 회사의 명성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느낌이 사기를 높이고 있습니다.”(p.106,109)

 

놀림을 피할 수 없다면 한패가 되라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질문이 있는가? 생각만 해도 싫은 상황이 있는가? 그렇다면 유머 기법을 연마해야 한다. 곤란한 질문이나 상황이 찾아오면 내놓을 답변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그 질문이나 상황에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자기 약점, 자기 아픈 구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 부분만 건드리면 폭발하거나 기가 팍 죽는 부분이 어디인가? 요기 베라는 웃음은 삶이 가하는 펀치를 받아내는 충격흡수장치라고 말했다. 자, 주변에서 날아오는 펀치를 받아내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안해보자.

 

학력에 관한 질문이 제일 난감했던 한 전문직 여성은 이렇게 대처했다. “전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요. 한번은 한 기업 포럼에서 발표를 끝냈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묻는 거예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지요. 그러다 순간적으로 UHK를 나왔다고 했어요. 어리둥절한 청중들이 그게 어디냐고 되물었죠. 전 미소를 지으며 University of Hard Knocks, 그러니까 ‘고난과 시련의 인생학교’라고 설명했어요. 유머로 난관을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아낸 거죠.”(p.203,205)

 

대화를 말싸움으로 바꾸는 망치 ‘하지만’

 

인간관계의 고수는 반대 의견을 가진 두 사람이 적이 되지 않고 어울릴 수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되지 않을까? 이는 ‘그리고’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즉각 ‘내 생각이 네 생각보다 옳아. 넌 틀렸어’라는 마음이 전달된다. 텅푸 워크숍에서는 두 사람씩 짝을 이뤄 한쪽은 독신을 옹호하고, 다른 한쪽은 결혼 생활을 예찬하는 연습을 하곤 한다. 목표는 상대가 생각을 바꾸도록 설득해내는 것이다. 그럴 때 이루어지는 대화는 다음과 같다.

 

어떻게 늘 같은 사람과 함께 살 수가 있어요? 너무 지루해요. 독신일 때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얼마든지 갈 자유가 있지요. 그래요. 하지만 그런 자유는 곧 싫증나는 법이에요. 밤늦게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데요. 하지만 결혼은 구속이에요. 주택담보대출이며 청구서며 집안 살림이며 일이 끝이 없죠. 그렇기는 해요. 하지만 흥청망청 파티가 밤마다 이어지는 독신생활도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에요.

 

이런 식으로 5분가량 흐른 후 대화를 중단시키고 느낌을 말하게 한다. 그러면 다만 역할 연습을 했을 뿐인데도 상대에 대해 화가 치민다는 대답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물어보면 말한 사람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거의 매번 그 단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처 의식도 못하는 사이에 일단 상대의 주장을 거부하고 자기 의견만 내세웠던 것이다. ‘하지만’은 진전 없는 말싸움만 이어지게 한다. 어느 쪽도 진정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하지만’을 ‘그리고’로 바꿔 넣으며 다시 대화를 계속하도록 하였다. 그러면 저절로 대화가 공손해지고 부드러워진다. 참가자들은 대화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느끼고 깜짝 놀라곤 한다. ‘상대 의견의 오류를 찾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pp.79~80)

 

실패를 잊고 다시 시작하라

 

당신의 건강,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해 불행의 씨앗은 미리 없애야 한다.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고 상대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라. 몇 주 전 나는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했다. 서둘러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 갈 준비를 하라고 시킨 후 마당으로 나가보니 아이들은 이웃집 개랑 뒹굴며 한창 노는 중이었다. 개털과 잔디가 묻은 채로 등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당장 옷을 갈아입으라고 들여보낸 후, 나는 씩씩거리며 시계만 쳐다보았다.

 

마침내 차고에서 자동차를 후진시키고 있을 때 큰아들 톰이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요!”라고 외쳤다. 톰이 가방을 챙겨 나오기까지 나는 또 기다려야 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차를 몰아 아이들이 학교 앞에 내리자마자 공항으로 달렸고, 아슬아슬하게 비행기를 탔다. 그날 밤 돌아오는 비행기는 거센 폭풍을 만났다. 동체가 요동을 쳤고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혹시나 일이 잘못되는 경우 아이들이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 시간에 늦었다고 안달하며 화내는 모습이겠거니 싶어 가슴이 아팠다. 그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고 할까? 무사히 착륙한다면 나는 두 번 다시 가족과 그렇게 허둥지둥 헤어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륙했고,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이 헤어지는 순간은 늘 진지하다.

 

한때 사랑했다가 이제는 멀어진 사람이 있는가? 모든 것은 상대의 잘못이기 때문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는가? 바보 같은 자존심 때문에 다시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수화기를 들었다가도 용서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놓아버리곤 하는가?(pp.266~267)

 

저자 샘 혼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저술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NASA, 휴렛팩커드 등 미국의 유수한 기업에서 강연을 해왔으며, 2003~2004년에는 ‘뛰어난 강연자 상’을 받기도 하였다.《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Tongue Fu!》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Take the Bully by the Horns》 《집중력, 마법을 부리다 ConZentrate》 《설득의 언어, 엘리베이터 스피치 POP!:Stand Out in Any Crowd》 《자신감, 내 인생을 바꿀 두 번째 기회 What's Holding You Back?》 등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및 자기계발 분야에서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써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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