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

6월, 어느 우요일에

tlsdkssk 2014. 6. 13. 10:18

비오는 날의 산보란 참으로 촉촉하면서도 고즈녘하다.

베란다 창으로 중랑천을 바라보다가 우산을 들고 나섰다.

새 한마리(외가리? 백로?)가 비를 맞으며 먹이가 잡히기만을 끈덕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먹고 사는 일이 저렇게 고요히 기다리는 일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건너편엔 웬 남자가 나처럼 혼자 산보를 즐기고 있다.

 

 

 천변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발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런, 달팽이 한마리가 문들어져 죽어 있다. 풀숲에서 저잣거리로 마실을 나왔다가 행인의 발길에 밟힌 것일까. 이후부터 나는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줄곧 발아래만 바라보며 걸었다. 달팽이는 웬일로 수도 없이 길가에 나와 어슬렁거리고 있고 수도 없이 밟혀 죽어 있었다. 지렁이라면  땅속이 질척거리고 답답해 나왔다고 이해를  할 수 있으나 달팽이가 이런 맨 땅에 나와 있는 건 아무래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풀숲에 있으면 흙도 있고 풀도 있고 더 안전할텐데, 왜 하필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이 딱딱한 땅으로 기어나와 참변을 당하는 걸까.

 

 

 바로 근처에 멀쩡한 놈 한 마리가 더듬이를 길게 빼고 유유자적하고 있다.

 

 나는 이놈이 걱정되어 얼른 집어 풀잎 위에 올려 놓았다.

 

 몇 발자국 못가 다시 한 마리가 위험천만하게 놓여 있다.

 

 

요넘도 얼른 집어 풀숲에 놓아주었다.

 

 

나는 이러기를 30분여 했는가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산책은 무슨 산책?

수 없이 많은 달팽이가 죽어 있었고, 나는 열댓마리 정도 달팽이를 풀섶에 올려 놓고 당현천 쪽으로 길을 틀었다.

당현천은 중랑천에 비해 오밀조밀하니 아름답다. 예서제서 야생 오리들이 쌍쌍이  우중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메꽃도 쌍쌍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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