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고독하기 위해 태어난 인생

tlsdkssk 2014. 1. 19. 17:07
외기러기 같은 영혼의 허기를 채우고자 사람들은 바삐 친구를 맺고 댓글을 단다. 하지만 필요할 땐 잠시 고독해도 좋다. 고독이야말로 당신의 외로움을 치유할 비상구다.

바야흐로 1인용 사회다. 싱글 라이프의 낭만이 아닌 독거의 고통을 피하려면 참고할 것.

·재테크


싱글은 금전적인 리스크를 홀로 감당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건 필수조건. 대자본을 운용하는 것만큼이나 새어나가는 푼돈 관리도 중요. 수입과 지출의 비율을 살피고 조절하는 지혜를 발휘할 것.

·건강


기댈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또 있을까. 먹고살자고 일하면서 식사는 거르지 말라. 먹는 게 남는 거다.

·우울증


단순히 옆구리가 시린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외로움을 전전하고 있다면 그건 즐길 만한 고독이 아니니 착각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라.

·친구


SNS에서의 소통이 일상의 외로움을 일정 부분 채워줄 순 있을지 몰라도 온라인 상에서의 '친구 맺기'와 '팔로어'에 연연하지 마라. 주변에 있는 진짜 친구를 잊지 말 것.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의 사전적 정의다. 그리고 독일 출신의 신학자폴 틸리히는 말했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어쩌면 고독이란 감당할 수 있는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부딪칠 때 고독은 비로소 자유가 되고 유희가 된다.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다면 오히려 삶은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사실 우린 너무 많은 관계에 둘러싸인 채 살아간다. < 피로사회 > 는 성과주의에 찌든 채 극단적인 피로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진단한 책이다. 독일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한병철교수가 집필한 이 서적은 2010년에 이미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뒤, 지난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현대인은 피로하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뤄야 할 것이 많다. 성취를 위한 관계 맺기에 연연한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 "당신은 당신과 관계하고 있습니까?" 수많은 관계 속을 전전하는 우린 정작 자신과 소통하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진짜 고독을 아는 사람일 거다.

고독이란 고립이나 결핍으로 정의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한 충만과 고뇌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 8년째 자살률 1위를 수성 중인 대한민국은 외롭고 지친 사회다. 고독이란 말이 사치처럼 들리는 건 우리가 진짜 외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했다. 진단과 치유가 필요하다. 감추고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기꺼이 도움을 청해야 할 병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해서 외롭지 않을 리 없다. 외로움이란 되려 군중 한가운데서 새어 나온다. 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스며들어 마음을 잠식한다. 만약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면 당신은 고독한 사람이라기보단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네트워크 속에서 수많은 유무형의 관계를 전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를 보존하고 지키는 일이다. 그러니 당신은 어쩌면 진짜 고독해져도 좋다. 물론 고독해지겠다고 해서 세상 사람들을 밀어내고 관계의 차단 속으로 자신을 가두라는 말이 아니다. 고독을 즐긴다는 건 홀로 남는다는 말이 아니니까. 고독이란 우리를 가두는 벽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패다. 세상이 뭐라 해도 우린 모두 가치 있는 사람이다. 고독을 통해서 우린 진짜 스스로를 발견하고 되새기며 보존할 수 있다. 그러니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고독은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 그 고독이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공터 같은 마음속에 감성적인 울림을 주는 멜로디와 가사가 담긴, 고독한 앨범들을 추천한다.

1
& ltgrace >


by 제프 버클리

2


< 눈썹달 >

by 이소라

3


< 사랑하기 때문에 >

by 유재하

4
& ltkveikur >


by 시규어 로스

5
< 나의 노래 >


by 김광석

6


< 국경의 밤 >

by 루시드 폴

7


& lti'm not there >

OST

8


& ltthe definitive collection >

by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9


& lto >

by 데미언 라이스

10
& ltfrom a basement on the hill >


by 엘리엇 스미스

11


& ltmezzanine >

by 매시브 어택

12


& lt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 >

by 막시밀리안 헤커

13


& ltinto the wild >

OST by 에디 베더

고독에 대한 전방위적 해석을 부르는 영화 속 고독의 아이콘들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1
동작대교·김찬중(건축가)


동작대교 위 구름카페 주변에 주차가 가능한 갓길 안전지대에서 한강을 보면 여의도까지 시야가 뻥 뚫린다. 노을 지는 시간에 찾으면 정말 장관이다. 바쁘지 않을 땐 잠깐 차를 세워본다.

2
정독도서관·하정석 ( < 마스터 셰프 > PD)


도서관 관내인 관계로 조용해서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 좋다. 게다가 봄이 되면 벚꽃이 만개하는데 북적한 여의도 윤중로보다 운치도 있다.

3
중국집·박찬일(셰프)


스트레스를 받으면 혼자 중국집에 찾아가 자장면을 시킨다. 원래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탄수화물과 당이 당기는 법이다. 낡은 동네 중국집애서 누구도 내게 신경 쓰지 않으니 편안하다.

4
대학로 '재즈 스토리'·최범석 (패션 디자이너)


데뷔하기 전부터 주인과의 인연으로 찾았다.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느낌.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있고, 혼자 앉아 있어도 안락하다.

5
제주도 올레길·김종관 (영화감독)


한 해에 두세 번 정도는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다. 혼자 있다 보면 무언가를 관찰하면서 발견하개 되고,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창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