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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치유로서의 글쓰기 - 임만빈

tlsdkssk 2013. 2. 25. 09:22

 

 

 

 

 

치유로서의 글쓰기 - 임만빈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가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것을 이발사가 알고 숨기고 살다가 병이 든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이야기를 한 다음 땅을 메운 후 병이 낫는다. 그 후 갈대들이 그곳에서 자라나서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며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임금님은 결국 숨겨 놓았던 비밀을 털어놓고 자신도 건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자신의 비밀을 말하고 털어놓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이는가의 한 예이다.

 

마음의 치료의 출발은 자신의 심연에 억압해 둔 비밀스러운 고통을 찾아내고 드러내서 상처 입은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무의식속에 숨어서 유사한 조건을 만날 때마다 한 번씩 의식상태 위로 솟아올라 공격성 장애, 결핍, 우울증, 불안장애, 갈등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과거의 정신적 외상을 통찰을 통해서 찾아내어 밖으로 들어냄으로서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무의식상태에 숨어 있는 심리적 외상을 어떻게 드러낼 수가 있을까? 이는 언어나 글로 들어낼 수가 있는데 언어로는 자신의 마음 속 심연에 숨어있는 치부의 기억을 솔직하게 드러내기가 싶지 않다. 남이라는 대상이 이를 주저하게 만들고 방해한다. 그렇지만 글은 다르다. 남에게 보이지 않는 다는 조건이 충족되면 솔직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통찰해서 솔직하게 치부를 드러낼 수가 있다. 그래서 글쓰기가 언어보다는 치유로써의 역할이 유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심리적 상처를 입히는 감정이란 대뇌의 어느 부위가 관여하고 글쓰기의 기초가 되는 기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를 알아보자.

 

감 정

 

감정은 기쁨, 의기양양(elation), 행복감(euphoria), 무아경(ecstasy), 슬픔, 낙담(despondency), 우울(depression), 두려움, 불안(anxiety), 화(anger), 적개심(hostility), 냉정함 등을 느끼는 것이다. 감정은 세 개로 구성되는데 앞에서 열거한 기분을 관장하는 대뇌부분과 심박동 증가, 호흡수 증가, 입이 마르고, 손에 땀이 나고, 동공이 수축 혹은 확대, 근육이 긴장하는 것과 같은 자율신경계, 내분비계의 증상을 보이는 말초부분 및 이들을 서로 조절하는 중간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Kluver 와 Bucy는 원숭이를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양측의 편도체(扁桃體: amygdala)를 제거한바 원숭이가 유순해지고 두려움과 감정 굴곡이 없어지는 것을 관찰하고(Kluver & Bucy 증후군) 편도체가 두려움과 감정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아냈다.

 

편도체는 두 개의 중요한 출구가 있는데 하나는 대상피질(帶狀皮質: cingulate cortex)과 전전두 피질(前前頭 皮質: prefrontal cortex)의 대뇌부위와 연결하는 통로이고 다른 하나는 시상하부(視床下部: hypothalamus)나 뇌간(腦幹: brain stem)의 여러 구조물과 연결하는 통로이다. 대뇌 부위는 감정의 기억을 저장했다가 표현하고 시상하부나 뇌간의 여러 구조물은 감정의 표현이 있을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생리학적 반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무서운 소리를 귀가 들으면 이 소리는 청신경을 통해서 시상부의 내측 슬상핵(내측 슬상핵: medial geniculate nucleus)에 가고 그것은 다시 측두엽의 청각센터로 갔다가 편도핵으로 가서 감정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무서운 기억은 해마와 부해마를 통하여 띠이랑 피질(cingulate cortex)과 안와전두 피질(orbitofrontal cortex)에 저장되었다가 한 번씩 나타난다. 무서운 기억이 떠오를 대 혈압이 상승되고 얼굴 표정이 변하고 피부가 창백해지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여러 가지 신체반응은 편도체가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을 관장하는 시상하부(視床下部: hypothalamus)와 신경전달물질(도파민, 아세틸콜린,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는 뇌간(腦幹: brain stem)의 여러 구조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포감이나 우울한 감정들이 기억되는 기전을 알아보자.

 

 

기 억

 

기억은 정보가 뇌에 입각되고 저장되었다가 다시 생각해내어지는 과정이다. 기억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명시적(암시적) 기억(implicit memory, nondeclarative memory)으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기억이다. 운동이나 습득한 기술 등을 기억하는 것이다. 반면 명시적 기억(explicit memory, declarative memory)은 사람, 장소, 사물 그리고 여러 가지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기억되며 여러 가지 정보가 서로 연합해서 형성된다.

 

 

명시적 기억

 

명시적 기억은 우연적인 기억(episodic memory)과 의미론적(semantic memory) 기억이 있다. 우연적인 기억은 에피소드에 대한 기억이고 의미론적 기억은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서 판단한 기억이다. 지난 여름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을 방문해서 수박을 먹었는데 맛이 좋더라 하는 것은 우연적 기억이고 납은 물보다 무겁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의미론적 기억이다.

 

 

기억의 기전: 전전두뇌, 변연계, 두정-후두-측두엽에서 시각, 청각 및 체성감각을 합성한다. 이러한 정보는 부해마(副海馬. parahippocampus)와 비주위(鼻周圍. perirhinal)피질로, 다음 내비(內鼻. entorhinal)피질로, 다음 해마(海馬. hippocampus)에 전달된 후 다시 내비피질로 전달된다. 내비피질에서는 다시 부해마피질과 비주위피질로 전달 된 후 다시 두정, 후두 및 측두 연합부위(associate area)로 전달된다. 따라서 양 방향의 길목인 내비피질이 명시적 기억의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모든 종류의 기억이 가장 심하게 손상되는데 알츠하이머 질환 시 가장 먼저 이 부위가 손상된다.

 

해마 부위는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여 장기적인 기억으로 전환시키는데 일시적인 정거장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 받아들여진 새로운 기억들은 대뇌의 여러 연합부위로 전달되며 이곳에서도 여러 새로운 정보들이 다시 추가된다. 따라서 해마 부위의 손상 시에는 최근의 기억을 상실하나 과거의 기억은 유지된다. 반면에 대뇌의 연합부위가 손상되면 지금까지 친숙했던 여러 가지의 과거 기억들, 특히 얼굴, 사물, 장소 등을 알지 못한다.

 

 

1. 의미론적(semantic)기억: 사물, 사실, 개념, 단어 등의 의미가 통합된 지식에 대한 기억이다. 이는 뇌의 어느 한 부분에 저장되지 않고 다양한 부위에 조금씩 저장된다. 어느 한 부위를 손상하면 그 부분이 담당하는 부분적인 기억만 상실한다. 예를 들어 두정엽의 후반부위를 손상하면 연합 시각인식장애가 생기는 데 사물의 이름을 알지 못하나 사물을 그린 그림에서 그것을 알아내고 사물을 그릴 수도 있다. 반대로 후두엽 시각연합 부위를 손상 받으면 시각인지장애가 발생하는데 물체의 이름은 아나 물체를 그리지를 못한다. 측두엽 하부에 병변이 생기면 환자는 상모실인증이 발생하는데 친숙한 얼굴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얼굴마저 인지하지 못한다)도 인식하지 못하고 새로운 얼굴도 익히지를 못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적 인식에는 지장이 없다.

 

 

2. 자필적(episodic or autobiographical)기억: 시간과 장소에 대한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이며 전두엽의 연합부위인 전전두엽(prefrontal) 영역이 관여한다. 과거의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를 기억한다. 전두엽에 손상 시 언제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는지를 모르는 근원 기억 상실증(source amnesia)이 유발된다. 친구나 유명인에 대한 여러 가지, 즉 이름이나 특징 등은 잘 아는데 그들한테 일어났던 사건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명시적(explicit)기억의 과정: 입각(encoding), 견화(consolidation), 저장(storage) 및 상기(retrieve)의 4개의 과정을 거처 이루어진다.

입각: 새로 습득한 정보를 뇌에 입각시키는 것이다. 배운 내용물을 얼마나 잘 입각시키느냐가 나중 기억을 얼마나 오랫동안 잘 기억하느냐에 중 요하다. 얻어진 정보는 철두철미하게 깊숙이 저장해야 한다. 동기가 있으면 기억 저장은 더 강력해진다.

견화: 새로 저장된 유연한 기억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도록 안정화한다. 유전자(gene)의 표현과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 구조를 변화시켜 저장한다.

저장: 기억이 오랫동안 존재하도록 저장하는 장소를 말한다. 장기간 기억을 저장하는 용량에는 한계가 없으나 단기간 기억(해마)을 저장하는 용량은 한정되어 있다.

상기: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것이다. 여러 저장 장소에 보관되어 있는 여러 기억을 같이 가져오는 것이다. 기억을 가져 올 때는 일종의 구성과정을 거친다. 만약 기억을 가져올 때 구성을 잘못하면 기억은 망가져서 망상이 될 수 있다.

 

 

비명시적 기억(implicit memory)

의식적으로 기억하거나 의식적으로 기억을 찾는 과정과 관계가 없는 기억이다. 이것은 여러 번의 반복적인 시도에 기인하여 천천히 형성되고 언어가 아닌 행위로 발현된다. 예로는 운동기술이나 어떤 과정을 배우는 것들이다. 여러 종류의 비명시적 기억은 다양한 뇌의 부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습득된다. 두려움의 배움은 편도핵이 포함되고 작동하는 배움은 기저핵과 소뇌가 관여된다.

 

 

글쓰기의 치유

 

글쓰기는 결국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아들여 저장하여 기억하고 있는 심리적 상처를 끌어내어 표현함으로써 치유하는 방법이다. 페니베이커는 심리적 외상의 경험에 대하여 감정적 글을 쓰게 하자 글을 쓴 집단이 일반집단 보다 43% 의사를 방문한 횟수가 줄었다고 기술하였다. 글쓰기 효과는 생물학적으로는 면역기능의 항진, 만성질환의 억제, 스트레스의 해소(혈압 하강, 심장 박동수 저하), 심리학적 효과로는 기분 변화, 행동양식의 변화로는 직장 업무 수행 능력 항진 및 사회적응능력 항진 등이 있다고 기술하였다.

 

글을 쓰는 기초로 하루 20분씩 적어도 4일 동안은 써라, 오직 자신만을 위해 써라, 플립아웃 법칙(Flip-out rule)(글쓰기를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상기하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거나 정신이상이 될 것 같은 위기감을 줄 때 글쓰기를 중단하라는 법칙)을 지켜라, 자신이 보기에 결함과 흠이 있더라도 무엇이든지 맘 놓고 쓸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첫째 날 글 쓴 후 생각 정리하기>로 1. 당신의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과 감정들을 어느 정도 표현했는가? 2. 당신이 현재 느끼는 슬픔이나 분노는 어느 정도인가? 3. 당신이 현재 느끼는 행복감은 어느 정도인가? 4. 오늘의 글쓰기가 어느 정도로 당신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는가? 항목을 아래와 같이 점수화하여 뒤돌아보라고 했다.

0 1 2 3 4 5 6 7 8 9 10

전혀 아니다 어느 저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

더 자세한 글쓰기 치료의 실질적 연습은 <글쓰기 치료> James W. Pennebaker저/ 이봉희 역, 학지사, 2007을 참고하기 바란다.

 

 

수필쓰기와 치유

 

수필의 정의에 ‘내면의 고백’과 ‘통찰’이 있다. 수필은 자기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다른 어느 문학 장르보다 심적 상처를 드러내서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대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끄집어 낼 때는 기억 될 때의 원초적 기억이 아니라 대부분 어느 정도는 변형시켜서 재생한다. 따라서 수필을 쓸 때는 억압되어 있는 감정을 어느 정도는 순화하고 변형시켜서 표현하므로 가슴의 응어리를 털어낼 수가 있다. 자기와 타협하고 용서하고 화해를 하는 것이다. 필자가 <수필과 비평>에 투병기를 쓰는 것도 어쩌면 치유의 한 방편인지 모르겠다. 그 외에 2009년 평사리문학상 수필부문 대상을 탄 최해숙의 ‘고치’,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홈페이지 합평 게시판에 올린 장덕민 회원의 ‘쑥떡’도 좋은 예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결 론

 

치유로서의 글쓰기는 자신의 가슴 속 깊은 심적 고통을 통찰하고 드러내어 표현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수필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통찰하는 글이므로 어느 문학 장르보다도 이러한 목적에 부합한다.

의사가 평생 의업에 종사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가슴아픈 일들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끔직한 기억이 되어 한 번씩 고뇌하고 번뇌하는 마음의 상처로 남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것들을 수필로 승화시키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수필쓰기가 의사나 의학도들에게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참고문헌

1. 김종길. 정신분석, 이 뭣고. 에세이스트사, 2012

2. 대한신경외과학회. 신경외과학, 개정 2판. 중앙문화사, 2001. 589 페이지

3. 변학수: 글쓰기와 문학치료. 2012년 7월 6일 대구수필가협회 강연 자료

4. 변학수. 문학치료. 학지사, 2009

5. 이동민. 문학치료와 수필. 수필과 비평사, 2009.

6. 제임스 W. 페니베이커(이봉희 역). 글쓰기 치료. 학지사, 2007

7. 채연숙. 글쓰기 치료 - 이론과 실제. 경북대학교 출판부, 2011

8. Carpenter MB. Core Text of Neuroanatomy, Fourth edition.

9. Iversen S, Kupfermann I, Kandel ER: Emotional States and Feelings in Kandel ER,Schwartz

JH, Jessell TM: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4th eds. New York, McGraw-Hill,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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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Kandel ER, Kupfermann I, Iversen S: Learning and memory, in Kandel ER, Schwartz JH,

Jessell TM: Principles of neural science. 4th eds. New York, McGraw-Hill, 2000, pp1227-1246

11. McMinn RMH, Hutchings RT, Logan BM. A Colour Atlas of Head and Neck Anatomy.

Netherland, Wolf Medical Publications Ltd.,1981, pp170-195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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