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봄 비 ........ 이재무

tlsdkssk 2012. 4. 1. 13:57

 

 

 

 

 

봄 비   .....   이재무

 

 

1.

봄비의 혀가

초록의 몸에 불을 지른다

보라, 젖을수록

깊게 불타는 초록의 환희

봄비의 혀가

아직, 잠에 혼곤한

초록을 충동질한다

빗속을 걷는

젊은 연인의 등허리에

허연 김이 솟아오른다

 

 

2.

사랑의 모든 기억을 데리고 강가에 가다오

그리하여 거기 하류의 겸손앞에 무릎 꿇고 두 손 모으게 해다오

살 속에 박힌 추억이 젖어 떨고 있다

어떤 개인 날 등 보이며 떠나는 과거의 옷자락이

보일 때까지 봄비여,

내 낡은 신발이 남긴 죄의 발자국 지워다오

 

 

3.

나를 살다간 이여, 그러면 안녕.

그대 위해 쓴 눈물대신 어린 묘목 심는다

이 나무가 곧게 자라서

세상 속으로

그늘을 드리우고 가지마다 그리움의

이파리 파랗게 밤짝이고

한 가지에서 또 한 가지에도

새들이 넘나들며 울고

벌레들 불러들여 집과 밥을 베풀고

꾸중들어 저녁밥 거른 아이의 쉼터가 되고

내 생애 사잇길 봄비에 지는 꽃잎으로

봄비는, 이 하염없는 추회

둥근 열매로 익어간다면

나를 떠나간 이여, 그러면 그대는 이미

내 안에 돌아와 웃고 있는 것이다

늦도록 늦봄 싸돌아 다닌 뒤

내 뜰로 돌아와 내 오랜 기다림의 묘목 심는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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