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 초록 기쁨 ― 봄 숲에서
해는 출렁거리는 빛으로
내려오며
제 빛에 겨워 흘러넘친다
모든 초록, 모든 꽃들의
왕관이 되어
자기의 왕관인 초록과 꽃들에게
웃는다, 비유의 아버지답게
초록의 샘답게
하늘의 푸른 넓이를 다해 웃는다
하늘 전체가 그냥
기쁨이며 神殿(신전)이다
해여, 푸른 하늘이여,
그 빛에, 그 공기에
취해 찰랑대는 자기의 즙에 겨운,
공중에 뜬 물인
나무가지들의 초록 기쁨이여
흙은 그리고 깊은 데서
큰 향기로운 눈동자를 굴리며
넌즈시 주고 받으며
싱글거린다
오 이 향기
싱글거리는 흙의 향기
내 코에 댄 깔때기와도 같은
하늘의, 향기
나무들의 향기!
*정 현종(1939~ )*
나는 태양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다.
나는 나무의 옆구리를 뚫고 나온 가지에서 나왔다.
새로 돋는 잎을 열고 깔깔거리며 나왔다.
나는 흙에서 싱글거리며 솟았다.
그래서 웃음에는 막 캐낸 감자같이
아직 싱싱한 흙의 향기가 묻어 있다.
나는 언제나 침묵하지만 침묵 속은
수많은 언어들로 붐빈다. 봄이 그렇고 시가 그렇다.
그 차고 넘치는 침묵 속 언어들로
법을 만들고 인간세상을 다스린다면
비로소 모두 화평해지리라.
말보다는 침묵 쪽으로
좀 더 많이 기울어진 언어. 봄!
[장석남 시인]
* 2012/03/14/조선일보/ 가슴을 읽는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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