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인터뷰] 최민식 “난 아직 NEW, ‘올드보이’ 취급마라”
[세계닷컴]
최민식은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무거움 속에는 '올드보이' 오대수가, '악마' 장경철이, 그리고 '히말라야'의 바람이 혼재돼 있다. 사진기자의 지시에 따라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하던 남자는 순간 무방비한 미소를 짓는다. "흐허허~" 재차 따라 붙는 웃음소리가 불러낸 중년의 남자 속 소년. 카메라는 그 이율배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분한 최익현은 그런 남자였다. 나이를 먹었지만 완전히 성숙하지는 못했던,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피터팬. 최민식은 연민과 눈살, 웃음과 비웃음의 경계에 또 다른 '올드보이'를 세워두었다.
◆ 참을 수 없는 웃음의 무거움
-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생각했던 것만큼 무겁지 않았다. 이런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것이 바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다. '범죄와의 전쟁'은 시대적 배경이 다소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다. 유머 코드가 없다면 누가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겠나. 농담처럼, 잡담처럼,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가자는 윤종빈 감독의 의도가 시나리오부터 읽혔다.
- 관객들의 웃음도 잦았다. 시사회 반응은 기대치 이상이었나.
내가 기대한 만큼, 읽은 만큼 관객들이 반응해준다는 것은 배우에게 곧 '오르가즘'이다. 우리의 의도를 관객들이 포착했다는 것은 영화 작업을 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분 째지는' 일이 또 어디 있겠나.
- 극중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은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측은하면서고 웃음이 나는 아저씨다.
시나리오를 보고 윤종빈 감독에게 '최익현 이 사람, 아는 남자야?'라고 물었다. 동네 아저씨나 삼촌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게도 익숙하더라.(웃음) 한 번 상상해봐라. 최익현이란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소주 한 잔 하자며 합석했다. 그리고 누가 듣든 말든 자기가 세관 하던 시절부터 건달들과 작당한 무용담까지 이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수다를 한참 떨다가 휙 떠날 때 얼마나 짠한 감정을 갖게 될까. 관객들과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 우리네 아버지들의 고단함에 대한 안쓰러움도 '범죄와의 전쟁'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맞다. 결국 이 이야기는 윤종빈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윤 감독의 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청탁 같은 문제로 집을 찾았다더라. 극중 최익현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린 자신에게 제법 큰 용돈이며 초콜릿 같은 선물을 쥐어주는 것을 보고 '집에서 무뚝뚝하기만 한 우리 아버지가 바깥에서는 어떤 인물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 최민식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우리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이셨다. 이북 남자의 전형이었던 아버지는 집에서 성적표는 커녕 내 생사만 확인하는 정도였다.(웃음) 그런데 그토록 무뚝뚝한 양반이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한테 웃으면서 친근한 척 인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아버지가 꼭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범죄와의 전쟁'에는 아버지라는, 모든 관객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30대 이상, 적어도 자기가 가정을 꾸린 남자라면 이 영화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확히 알 것이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남자 후배가 있다. 도대체 한 자리에 앉아있지를 못하는 산만한 친구인데 2시간 40분짜리 '범죄와의 전쟁' 가편집본을 보여줬더니 움직이지도 않고 끝까지 보더라. 그 친구가 한 것처럼만 관객들이 봐 주면 우리 영화는 성공일 텐데.(웃음)
◆ 난 아직도 신(新), 구(舊) 취급 마라
- 전작 '악마를 보았다' 이후 살을 많이 뺀 것 같다. 집중관리를 했나.
그땐 몸을 너무 불렸었다. 그렇게는 못 산다. 따로 관리를 하진 않았고 약간의 식이요법과 걷는 운동을 했다. 사실 난 술을 줄이면 살이 빠진다.(웃음) 마인드 컨트롤 요법도 꽤 효과적이다. 이건 원래 맨입으로 안 가르쳐 주는 건데(웃음), 내가 원하는 몸매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운동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 이젠 힘들어서 미친 듯이 살 빼는 건 못하겠다.
- 최민식의 헤어스타일은 항상 시선을 끈다. 외국 배우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지극히 복고풍이었지만.
실은 아기 때 동네에서 혼혈아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대학교 때는 한 번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날 외국인으로 오해해서 "한국말을 참 잘 한다"고 칭찬해 놀란 적도 있다. 그때는 엄청 말랐던 시절이라 턱 선도 살아있어서 그랬나보다. 가만, 한석규는 얼굴이 거의 안 변했던데 난 왜 이런지 모르겠다.(웃음)
- 이번 작업을 통해 하정우와 신구(新舊) 배우, 선후배를 넘어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것 같더라.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배우에게 신구(新舊)가 어디 있나. 난 아직도 신, '뉴'(new)다. '올드보이'로 몰고 가면 안 된다.(웃음) 하정우에게는 많은 것을 빚졌다. 하정우 같은 스타 배우가 선후배들 사이에서 융화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정우는 이 작업을 해냈다. 사람의 그릇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같은 마인드를 유지만 해주면 40대에 더 대단한 배우가 될 거다.
- '범죄와의 전쟁'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모두 연기 '한 가닥' 하는 후배들이었다. 이들의 역량에 긴장이 되는 순간도 있었나.
하정우는 말할 것도 없고 다들 대단했다. 특히 '악질' 검사로 분한 곽도훈은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나' 반문했을 정도였다. 시나리오 리딩 때는 힘을 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촬영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긴장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되겠더라.(웃음) 분발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 그토록 인정받는 후배 하정우는 최민식을 '한없이 존경하는 선배'라고 언급하던데.
내가 술을 많이 사준 덕분이다.(웃음) 영화를 찍는 동안 하정우에게 늘 고마웠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하정우에게 '너 작품 하다가 필요하면 형 불러라'고 했다. 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들은 서로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 서로 즐기는 페스티발 같은 작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영화 시장도 활성화 되고 결국 모두가 잘 되는 게 아니겠나.
- 결국 모두가 즐거운 영화 시장을 위해서, 최민식을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연기한다. 내 가족도, 관객도 내 연기의 동력이 될 수는 없다. 내 작품은 결국 내가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다. 내가 맛이 없는데 관객들에게 맛있다고 사기를 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 '범죄와의 전쟁'이란 영화를 이미 완성된 정찬이다. 다음 코스는 영화 '신세계'(가제·감독 박훈정)인가.
그렇다. 아직 '신세계'의 정확한 크랭크인 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황정민, 이정재 등 배우들은 출격 준비를 마쳤는데 제작, 투자 등 세부적인 부분의 준비가 덜 됐다. 아직 총알 장전이 안 된 셈이다.(웃음)
최민식은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무거움 속에는 '올드보이' 오대수가, '악마' 장경철이, 그리고 '히말라야'의 바람이 혼재돼 있다. 사진기자의 지시에 따라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하던 남자는 순간 무방비한 미소를 짓는다. "흐허허~" 재차 따라 붙는 웃음소리가 불러낸 중년의 남자 속 소년. 카메라는 그 이율배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이 분한 최익현은 그런 남자였다. 나이를 먹었지만 완전히 성숙하지는 못했던,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피터팬. 최민식은 연민과 눈살, 웃음과 비웃음의 경계에 또 다른 '올드보이'를 세워두었다.
-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생각했던 것만큼 무겁지 않았다. 이런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것이 바로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다. '범죄와의 전쟁'은 시대적 배경이 다소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다. 유머 코드가 없다면 누가 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겠나. 농담처럼, 잡담처럼, 하지만 너무 가볍지는 않게 가자는 윤종빈 감독의 의도가 시나리오부터 읽혔다.
- 관객들의 웃음도 잦았다. 시사회 반응은 기대치 이상이었나.
내가 기대한 만큼, 읽은 만큼 관객들이 반응해준다는 것은 배우에게 곧 '오르가즘'이다. 우리의 의도를 관객들이 포착했다는 것은 영화 작업을 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그만큼 '기분 째지는' 일이 또 어디 있겠나.
- 극중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은 어디선가 만난 것 같은, 측은하면서고 웃음이 나는 아저씨다.
시나리오를 보고 윤종빈 감독에게 '최익현 이 사람, 아는 남자야?'라고 물었다. 동네 아저씨나 삼촌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게도 익숙하더라.(웃음) 한 번 상상해봐라. 최익현이란 늙수그레한 아저씨가 소주 한 잔 하자며 합석했다. 그리고 누가 듣든 말든 자기가 세관 하던 시절부터 건달들과 작당한 무용담까지 이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수다를 한참 떨다가 휙 떠날 때 얼마나 짠한 감정을 갖게 될까. 관객들과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 우리네 아버지들의 고단함에 대한 안쓰러움도 '범죄와의 전쟁'이 갖고 있는 장점이다.
맞다. 결국 이 이야기는 윤종빈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윤 감독의 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청탁 같은 문제로 집을 찾았다더라. 극중 최익현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린 자신에게 제법 큰 용돈이며 초콜릿 같은 선물을 쥐어주는 것을 보고 '집에서 무뚝뚝하기만 한 우리 아버지가 바깥에서는 어떤 인물일까' 궁금했다고 한다.
- 최민식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우리 아버지는 함경도 출신이셨다. 이북 남자의 전형이었던 아버지는 집에서 성적표는 커녕 내 생사만 확인하는 정도였다.(웃음) 그런데 그토록 무뚝뚝한 양반이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한테 웃으면서 친근한 척 인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아버지가 꼭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범죄와의 전쟁'에는 아버지라는, 모든 관객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30대 이상, 적어도 자기가 가정을 꾸린 남자라면 이 영화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정확히 알 것이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남자 후배가 있다. 도대체 한 자리에 앉아있지를 못하는 산만한 친구인데 2시간 40분짜리 '범죄와의 전쟁' 가편집본을 보여줬더니 움직이지도 않고 끝까지 보더라. 그 친구가 한 것처럼만 관객들이 봐 주면 우리 영화는 성공일 텐데.(웃음)
- 전작 '악마를 보았다' 이후 살을 많이 뺀 것 같다. 집중관리를 했나.
그땐 몸을 너무 불렸었다. 그렇게는 못 산다. 따로 관리를 하진 않았고 약간의 식이요법과 걷는 운동을 했다. 사실 난 술을 줄이면 살이 빠진다.(웃음) 마인드 컨트롤 요법도 꽤 효과적이다. 이건 원래 맨입으로 안 가르쳐 주는 건데(웃음), 내가 원하는 몸매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운동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더 크다. 이젠 힘들어서 미친 듯이 살 빼는 건 못하겠다.
- 최민식의 헤어스타일은 항상 시선을 끈다. 외국 배우 같은 느낌이 있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지극히 복고풍이었지만.
실은 아기 때 동네에서 혼혈아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대학교 때는 한 번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날 외국인으로 오해해서 "한국말을 참 잘 한다"고 칭찬해 놀란 적도 있다. 그때는 엄청 말랐던 시절이라 턱 선도 살아있어서 그랬나보다. 가만, 한석규는 얼굴이 거의 안 변했던데 난 왜 이런지 모르겠다.(웃음)
- 이번 작업을 통해 하정우와 신구(新舊) 배우, 선후배를 넘어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것 같더라.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배우에게 신구(新舊)가 어디 있나. 난 아직도 신, '뉴'(new)다. '올드보이'로 몰고 가면 안 된다.(웃음) 하정우에게는 많은 것을 빚졌다. 하정우 같은 스타 배우가 선후배들 사이에서 융화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정우는 이 작업을 해냈다. 사람의 그릇이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같은 마인드를 유지만 해주면 40대에 더 대단한 배우가 될 거다.
- '범죄와의 전쟁'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은 모두 연기 '한 가닥' 하는 후배들이었다. 이들의 역량에 긴장이 되는 순간도 있었나.
하정우는 말할 것도 없고 다들 대단했다. 특히 '악질' 검사로 분한 곽도훈은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나' 반문했을 정도였다. 시나리오 리딩 때는 힘을 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촬영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긴장의 고삐를 늦추면 안 되겠더라.(웃음) 분발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 그토록 인정받는 후배 하정우는 최민식을 '한없이 존경하는 선배'라고 언급하던데.
내가 술을 많이 사준 덕분이다.(웃음) 영화를 찍는 동안 하정우에게 늘 고마웠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하정우에게 '너 작품 하다가 필요하면 형 불러라'고 했다. 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들은 서로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 서로 즐기는 페스티발 같은 작업 환경이 만들어져야 영화 시장도 활성화 되고 결국 모두가 잘 되는 게 아니겠나.
- 결국 모두가 즐거운 영화 시장을 위해서, 최민식을 달릴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연기한다. 내 가족도, 관객도 내 연기의 동력이 될 수는 없다. 내 작품은 결국 내가 맛있게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다. 내가 맛이 없는데 관객들에게 맛있다고 사기를 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내가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 '범죄와의 전쟁'이란 영화를 이미 완성된 정찬이다. 다음 코스는 영화 '신세계'(가제·감독 박훈정)인가.
그렇다. 아직 '신세계'의 정확한 크랭크인 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황정민, 이정재 등 배우들은 출격 준비를 마쳤는데 제작, 투자 등 세부적인 부분의 준비가 덜 됐다. 아직 총알 장전이 안 된 셈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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