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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홍수: 『아트라하시스』와 『길가메쉬』

tlsdkssk 2011. 12. 14. 18:27

『아트라하시스』(Atrahasis)와 『길가메쉬』(Gilgamesh)는 재앙적 대홍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 외에도 홍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대근동 문헌들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수메르어(Sumerian)로 된 홍수 이야기, 아카드어로 쓰여진 다른 홍수 이야기들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아트라하시스』와 『길가메쉬』는 창세기와 가장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트라하시스』의 가장 오래된 사본은 기원전 17세기의 것이다. 그러나 그 사본이 담고 있는 이야기 자체는 더 오래된 것이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해야 한다. 『아트라하시스』(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함)의 내용은 이렇다. 엔릴(Enlil)이라는 신은 인간들이 너무 시끄럽게 군다는 이유로 홍수를 보내어 그들을 멸망시키려 한다. 그러나 아트라하시스는 에아(Ea)의 도움으로 인간들을 구원할 방주를 만들어 엔릴의 징벌을 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던 엔릴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간다.

 

『길가메쉬』 최고(最古)의 사본은 기원전 2000-1500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메르어 판본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그 연대를 기원전 2000년대 중반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길가메쉬』 이야기는 『에누마 엘리쉬』와 비슷한 기원전 7세기 경의 사본에 담겨 있는 것으로, 12개의 토판에 보존되어 있다. 이야기의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엔키두(Enkidu)가 죽자, 길가메쉬는 영생의 비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의 끝에서 만나는 인물이 우트나피슈팀(Utnapishtim)이다. 길가메쉬는 그에게 영생의 비밀에 대해 묻는다. 안타깝게도 길가메쉬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는 못한다. 그러나 우트나피슈팀과 대화하는 중에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게 된다.

 

위의 두 홍수 이야기 가운데 창세기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아래에 제시되어 있다. 다소 상세하게 인용하는 이유는 이 문헌들을 직접 읽고 창세기와의 유사성을 실감하려는 의도이다. 아래의 번역에서 각괄호나 말줄임표는 지난 수 천년 동안 마모되었거나 파손된 토판의 일부를 가리킨다. 이러한 부분 중에 학자들이 추정하여 복구할 수 있는 부분은 각괄호 안에 그 내용을 기입하였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그냥 비워 두었다. 둥근 괄호는, 원문에는 없으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문이 함축하는 내용을 첨가한 부분이다. 그리고 건너 띈 줄은 창세기와의 유사성을 확인하려는 우리의 목적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아서 인용에서 제외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아트라하시스』

 

집을 버려 두고, 방주를 지으라.

물질을 버리고, 생명을 구하라.

방주의 제도는 이러하니,

.......

 

그는 정결한 (동물들)을 희생[제물로 드렸고, 가축들도] ….

또한 살찐 (동물들을) [잡고, 양들도] …..

다음의 동물들을 택하여 동물들을 방주[에 실었다.]

하늘을 나는 [새들],

가축들(?) [가축의]

[     ]또한 자신의 가족들도 방주에 실었다.

역청을 발라 문을 봉했다.

 

『길가메쉬』

 

네가 지을 방주의

제도는 이러하니

너비와 길이가 같게 하고

 

배의 좌우의 벽의 높이는120 규빗으로 하고

배의 앞과 뒤도 120규빗으로 하라.

3600 리터의 세 배의 역청을 가마를 놓고

3600 리터의 세 배의 타르를 방주에 바르라.

 

나는 모든 살아 있는 생물을 방주에 실었으며

나의 가족, 친지들도 방주에 오르도록 하였다.

들의 짐승들, 초원의 맹수들도 방주에 들어갔다.

 

물이 잔잔해지고, 광풍이 조용해지고 홍수가 멈추었다.

하늘을 보니, 고요함이 가득했다.

모든 인간이 흙으로 돌아갔고

보이는 것은 테라스와 같은 평평한 물뿐이었다.

 

방주는 니무쉬 산에 멈추었다.

니무쉬 산에 걸린 방주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니무쉬 산에 걸린 방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흘이 가고 나흘이 가도, 니무쉬 산에 걸린 방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닷새가 가고, 엿새가 가도, 니무쉬 산에 걸린 방주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레가 되던 날,

비둘기를 내보냈다.

비둘기는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비둘기는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여 돌아왔다.

제비를 내보냈다.

제비는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돌아왔다.

제비는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여 돌아왔다.

까마귀를 내보냈다.

날아가서, 뭍을 보더니,

먹고, 한 바퀴 돌며, 똥만 싸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위의 이야기들을 창세기 6-8장과 나란히 펴놓고 읽으면 『아트라하시스』나 『길가메쉬』와 창세기가 얼마나 유사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에누마 엘리쉬』의 경우처럼, 성경의 홍수 이야기가 고대근동의 홍수 이야기를 직접 모방한 것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유사성은 어느 정도의 영향관계를 시사한다. 어쩌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아니면 이 모든 홍수 이야기들이 공통적으로 뿌리를 두는 보다 오래된 제 3의 원작이 있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견해는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데, 왜냐하면,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카드어나 성경의 홍수 이야기보다 더 오래된 수메르어 홍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고대근동의 문헌들이 우리가 성경 기록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출처: 피터 엔즈, 성육신에 관점에서 본 성경 영감설)

 

다음은 길가메쉬 이야기를 담은 토판의 손그림이다.

 

출처 A. R. George, The Babylonian Gilgamesh Epic Vol 2.
 
출처 : 네 번째 왕 / The Fourth King
글쓴이 : 지평선의순례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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