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미와 (미)꾸라지.
줄여서 장미라고 내 블러그 프로필에 소개했다.
내막이야 어떻든 장미라고 하고 나니 뻔뻔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장미엔 들장미도 있고 늙은(시든) 장미도 있으니 봐주기로 한다.
기실 지난 날 나에게 장미라고 불러준 사람이 있긴 하였다.
초등 4학년 때 담임이었던 유영남 (女)선생님이셨다.
그때만 해도 나 장.미는 부끄럼쟁이에다 새침떼기 범생이.
한데 어느 날 수업 중에 내 짝꿍이랑 몰래 '동서남북' 놀이를 하다가
짝꿍에게 걸린 것이 '바보'였던지라, "바보!"하고 소리쳤다.
그 순간만큼은 놀이에 빠져(나는 한 번 빠지면 이런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 수업 중이란 걸
그만 깜빡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이 나를 일어나라고 하시더니 분노한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올라가고 장미엔 가시가 있다고....
더 이상의 야단은 치지 않으셨다.나를 귀여워 하시어 투명첼로 연주가로 입문하게 한 분이시니까.
당시 나는 얌전한 고양이라는 말엔 좀 납득이 갔으나 장미엔 가시가 있다는 말은
틀려도 한참 틀린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장미도 아니었거니와 가시가 있는 아이는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 때 나는 참말이지 순하고 착한 어린 양이었으니까.
암튼 그 선생님이 나를 장미로 불러 준 제 1호임에는 틀림없다.
고로 나는 이래저래 장.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