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현대 명시 선

tlsdkssk 2009. 11. 7. 03:08

現代 名 詩

1. 유 산

- 김용오

당신께서 한평생 마음속에 넣고 다니다 조용히 꺼내 놓고 가신

그 손바닥만한 맑은 거울과 아무도 모르게 물려주고 가신

가난이라는 큰 재산이 얼마나 귀한 선물이었으며 얼마나

소중한 상속이었는지를 조금은 알 만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버지.

2. 아이러니

-김용오

눈물 나게 사람이 그리운 날은

덜렁 배낭 하나 둘러메고

나 혼자 인적 없는 산으로 간다.

 

3. 아득한 여로

- 이문희 (대주교)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을 안 드시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 뒤 세월이 지나고

아버지는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셨다.

오늘 문득 아버지가 두 말 술을 거뜬히 드셨다는

옛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이제 내가 술을 보고도

마시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버지를 따라 태어나서 아버지처럼 술을 마셨다.

또 아버지처럼 이상하게 술 마실 생각 잊은 채

말문을 닫게 될 것인가 보다.

4. 애주궤변

- 김선호

차라리 숨을 놓지 내사 술은 못 끊지라

 

등 돌린 사랑 그리울 때 눈물로 폭탄주 말고, 윗전한테 혼쭐나고선

오독오독 씹어 삼키고, 자식놈 취직소식에 어깨 힘줘 원샷하고, 마누라

이쁜 날은 바싹 당겨 러브샷하고

 

이래 마시고 저래 들이켜 코끝 벌개지고 간땡이 한껏 부어오르면,

어느 때는 사장님이요 또 어떤 날은 장관도 돼서, 웃음 울음 칵테일 빚어

흥얼흥얼 지껄이지라, 가나다라마바사…숙순숟술숨숩숫…

‘술’이어 ‘숨’ 놓이는 걸 봐,

술 끊으면 숨도 끊어지는 겨!

 

5.타인

- 최 건

오랫동안 네가 나이더니

지금은 네가 나 아니라고

 

어째서 어째서 네가 나 아니며

그렇다고 그렇다고 나 또한 네가 아닌지.

 

이렇게 오늘 너와 나

어쩌라고 어쩌라고….

6. 삶

- 김상진

곤히

잠이 든

내 발등에

 

모기

한 마리

침을 놓는다.

 

앗!

아파!

 

 

 

 

7. 철없는 강아지

- 성윤자

울타리 찔레 순

피어나는 봄

 

농부는 지게 지고

논길 가기 바쁘고

 

밭 매는 여인의

호미자락도

 

부지런 부지런히

밭을 매는데

 

철없는 강아지는

감자밭 밟으며

 

구름 잡으려고

뛰어갑니다.

 

8.걱정 말고 살게나.

- 방우달

인생 별거 아니다

걱정 말고 살게나

자책감에 너무 괴로워 마라

잘못된 과거에 오래 머물지 마라

또 선악에 너무 얽매이지 말게나

뭐 별다른 인생 있겠냐

이런 말들이 맞든지 틀리든지

상관 말고 믿어보게나

모든 인생은

어차피 완성으로 끝나네

인생은 미완성!

절대 믿지 말게나

왜냐하면, 완성의 문

죽음을 거치기 때문이네

 

9.깔창

-방우달

요즈음 좀도둑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서민 아파트 수위실 게시판에 망이 붙어 있다

결혼 26주년, 다음 주에 해외여행 떠난다고

좀 낡은 남편의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

말리려고 아내가 복도에 내놓았는데

나란히 놓은 깔창은 그냥 두고 운동화만 먼저 떠났다

평생 처음 가는 부부동행 해외여행이지만

바깥세상이 어렵다고 미안해하던 아내는

가져가려면 깔창도 챙겨 가시지, 못내 아쉬워하며

한동안 그 자리에 깔창을 그냥 두었다

봄날은 꽃을 걸치고 어김없이 걸어오고 있다.

(가을도…… 죽을 때 다 놓고 간다.) : 蛙足

**‘巳足-뱀 다리’ 는 필요 없는 것, ‘蛙足-개구리 다리’는 필요한 것.

(‘가을도…죽을 때 다 놓고 간다.’는 시 공부 하는 내가 가필한 것임)

10. 시론(詩論)

-未堂 서정주

바다 속에서 전복 따 파는

제주 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 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 전복도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이리요?

바다에 두고 바다 바래어 시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