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성적 일탈?

tlsdkssk 2008. 8. 15. 16:48

남녀간 육체적 합일의 성행위 그 자체는 당사자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솔직히 어떻게 알겠는가? 오히려 떠벌리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구설수에 오른다. 그리고 온갖 설화가 떠돈다. 변태다, 부럽다, 정상체위다 등등. 특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색다른 섹스를 찾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상대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변태스럽다’는 판단의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철칙은 남녀간에 합의되지 않은 행위는 범죄라는 것이다. 다양한 성적 취향을 인정하는 것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또한 섹스의 기쁨은 서로 주고받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한쪽만이 기쁨을 누린다면 그것은 섹스도 사랑도 아니다.

과거 딥키스가 성기 애무보다 더 에로틱하다는 이유로, 강제 외설죄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키스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자 이번에는 ‘구강성교(펠라티오)’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때만 해도 구강성교는 ‘정상적이지 않은 파트너와의 섹스 방법’으로 애용됐고 치부돼왔던 것이다. 또 고대 로마시대부터 남자들은 ‘정상적인 섹스’는 아내와, 구강성교 등 ‘비정상적인 쾌락’은 창녀를 통해 찾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키스 에로틱 이유로 강제 외설죄 처벌
구강성교가 정상적인 섹스 범위로 파고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당시 남편과 약혼자를 전선에 보낸 한창 때의 여인들이 외간남자와 굶주린 섹스를 푸는 방법으로 이를 애용했다는 것. 이후 구강성교는 점차 남녀간의 섹스에 있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상적인 행위가 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재 끔찍하게 여겨지고 있는 애널 섹스 또한 미래에는 어떠한 대접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보듯 이제 브라운관에서도 공공연히 등장하는 바이브레이터와 딜도, 섹스 중에 자신에게 소변을 보라는 남자 파트너의 요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섹스 플레이’에 이용되는 유니폼으로 간호사복이나 바니 의상이 인터넷 성인 몰과 섹시 속옷 몰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과거 사회적 규범으로서 논의되던 섹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일 뿐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아야 할 그 무엇이 아니게 된 것이다. 최근 정신분석학자들 사이에서도 변태적 성행위의 범주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뜻하는 SM을 정상적으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변태라는 것은 차별 용어라고, 현대에 들어와서 ‘성적 일탈’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었다가 최근에는 ‘성적 지향’이라는 말을 쓴다. 사람들이 어떤 성행위를 하건 서로간의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한, 각자 고유의 개인적인 영역이고 허용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들이 팽배해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성에 몰두하면 변태가 된다’고 알고 있다. 또 해볼 만큼 해본 인간들이 도저히 보통의 섹스에 만족하지 못할 때 변태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어릴 때 포르노를 많이 보면 커서 변태가 된다고도 생각하고,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잠재의식에 기반을 두어 억압된 무언가가 변태를 만든다고도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이해할 수 없는 성적 지향을 설명하는데 가장 편하고 효과적인 도구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포르노를 수없이 대한 많은 사람들이 대개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릴 때 대변을 갖고 놀고 있는데 부모가 더럽다고 나무랐던 것이 무의식 속에서 불만으로 남아 있어 ‘대변을 먹는 변태’가 된다는 것이 프로이트적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이것은 단순히 자기학대를 위한 경우가 많다. 보통 수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의 변태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정말 깜짝 놀랄 것이다. 

변태를 설명하는 최상위 코드는 성적 무능감
우리가 흔히 변태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SM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조히즘은 가해가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무능감과 상해의 공포를 극복하고자 하는 역동적 요인이 있다. 모욕, 구타, 채찍질, 묶임(Bondage), 기타 고통을 당하는 방법이 성적 흥분에 이용되거나 성적 흥분을 얻기 위해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생명에 위협을 받는 행동에 의도적으로 몸을 내맡기는 경향이 있다. Autoerotic Asphyxiation도 여기에 해당한다. 스머더링(Smothering) 말이다.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고 성인 초기에 주로 시작되며 경과는 만성적이다. 사디즘은 3가지 진단기준이 있다. 동의하지 않은 상대방에 대하여 성적 흥분을 얻기 위해 반복적, 의도적으로 심리적 또는 신체적 고통을 준 적이 있거나 성적 흥분을 위하여 동의한 상대방에게 가벼운 상처를 주고 괴롭히면서 고통을 주는 것이 애용되거나 또는 유일한 방식일 때, 성적 흥분에 도달하기 위해 파트너에게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인 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신체적 상해를 가하는 경우다. 강간, 난폭한 성행동, 성적 살인(Lust Murder)이 관련될 수 있다. 희생자에 대한 지배 및 통제의 욕구로 성적 무능감을 극복하려 한다. 성적 무능감은 아마 변태를 설명하는 최상위의 코드일지도 모른다.
한편 ‘이상 성행동’에 대한 책들을 보면 변태의 종류만도 무려 750개 항목에 이른다. 대부분의 변태가 일반인들이 보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의학적으로 정신과 영역에서 변태를 이야기하는 것은 성도착증(Paraphilias, Sexual Deviation)이다. 성행위에 있어 반복적이고 고통을 야기하는 비정상적 상상, 대상, 행위 방법을 사용하는 모든 경우를 칭한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경희 동부시립병원 비뇨기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