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호수/문병란

tlsdkssk 2010. 1. 26. 17:48
      호수/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수 없는 그리움이여

문병란,『땅의 戀歌』, 창작과비평(1981)


 


'詩가 흐르는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삿갓의 시  (0) 2010.02.07
오늘, 또 하루의 삶/이영춘  (0) 2010.01.26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0) 2010.01.26
하루/천양희  (0) 2009.12.05
[스크랩] 그 빈 터 :: 김영석  (0) 2009.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