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오후 7시 / 조병화

tlsdkssk 2009. 10. 29. 06:38


우리들의 존재는 유규한 시간에 떠 있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조병화-

      시를 경멸하면서 나를 회의하면서 거리로 간다 거리를 비벼간다 주로 헛된 낭만을 걸어가며 밤을 기다리는 사람의 연인이 되고 싶다 낯 없는 여인들에게 향수를 느낀다 먼 나라의 소도시를 걸어가는 생각이다 휘파람을 불고 싶다 샹들리에 그늘에서 순서를 잃은 과거가 당황한다 아 나의 소망아 살아서 한번 미래를 걷고 싶다 거리를 간다 거리를 비벼간다 나의 위치는 군상이 명멸하는 곳에서 또 다시 한정하다 휘파람이 거기를 간다.
이 작품은 명동 내 생활의 토막 토막이었다. 초저녁 명동으로 나가는 기분과
저녁이 늦어서 통행금지 시간 임박하여 당시 기거했던 서울고등학교 도서관
이층 등불이 혼자 기다리는 빈방으로 돌아올 때의 기분. 당시 장만영 시인은
소공동 ‘하루삥’ 다방을 그만두고 지금의 충무로 2가쯤 되는 골목에 ‘비엔나’
라는 다방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이곳으로 늘 갔다. 이 주변이 당시의 내 출몰
지역들이었다. ‘라뿌륨’이란 다방에선 부산서 자살을 한 故전봉래(全鳳來)
시인을 만나곤 했다. (1992년 5월)-조병화-



74년도 봄쯤 되니까 조병화 님보다도 20여 년도 전인 명동 거리를 저는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장을 받고 입영날짜만 기다리던 그때, 오후 7시에는 어김없이 동전 소리
짤랑거리며 명동에 있었습니다. 챔피언 다방에서 친구들을 만나 할머니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그날 행선지를 정하곤 했는데, 본전 다방, 청자 다방, '몽쉘 통통'
이나 준 커피숍에서 여자 친구들을 만나 나이트클럽을 가던지, 아니면 우리끼리 학사
주점 골목이나 명동 신 상사가 말년에 운영했던 막걸리에 사과 알갱이가 섞여 있던
'맴돌 주'를 마시러 청계천 쪽으로 이동하던지, 이도 저도 아닌 혼자인 날은 사보이 호텔
뒷길로 내려오다 보면 3층에 '산마리노'라는 라이브 주점에서 무지개 트리오나 특히
김경남의 노래를 듣다가 통행금지에 쫓겨 남대문 시장으로 뛰어가 떨이로 파는 과일
한 봉지 사 들고 궁정동 집으로 뛰었던 그때의 명동거리가 '오후 7시' 조병화님 시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 Jean Lautce Orch / Par un beau matin d'été ( 어느 개인날 갑자기 OST)
출처 : 오후 7시 / 조병화
글쓴이 : 沈心海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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