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신탄리

tlsdkssk 2011. 3. 13. 08:05

어제 또 신탄리에 갔었다.

고대산에 오르려 간 거였는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중도에 하산을 해야했다.

지난번 수락산의 공포가 되살아 났다.

아직 몸도 완쾌되지 않아 급하게 비탈진 등산로의 얼음을 보자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번에 오른 제 2 등산로는 경사가 심해 하산할 때 바짝 긴장을 하며 내려왔다.

대신 마을 길도 걷고 자갈 천지인 냇가도 거닐었다.

구제역의 여파로 휑하니 비어버린 소 축사에선 그들이 남기고 간 분뇨 냄새가 아직 맴돌고 있었다.

봉우리마다 도톰하게 물오르고 있는 나무들이며  작고 소박한 교회당 건물이며,

'다방'이라는 간판이 나붙은 찻집 등 거닐며 바라본 풍광들이 아주 마음 편하게 내 시선을 흡인하였다.

연천 신탄리의 고대산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갈수록 정감이 가는 곳이다.

서울 근교산과는 달리 복닥거리지도 않고 지하철과 기차를 번갈아 타며 2시간 남짓 달리는

시간동안 봄이 오는 들녘을 바라보며 갈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신탄리행 기차에는 단연 노인들이 많다. 지난번엔 평일이라 그런가 했는데,

주말인 어제도 노인이 많기는 매 한가지였다.

내 뒷좌석에 앉은 두 노인들이 주고 받는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기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초면인듯 자기 소개를 하며 인생의 허무를 얘기하고 있었다.

고향이 이북이라는 한 노인이 말했다.

"저는 자식이 넷입니다. 이젠 다 살만들 해요. 그런데 늙으니 할 일도 없고

말 벗도 없고 참 허무하네요. 인생 참 잠깐입니다.

그래 저는 산이나 바라보려 이렇게 나왔지요. 산을 보면 그냥 좋아요....."

그는 철원까지 간다고 했다. 경원선 기차는 신탄리가 종점이라 철원까지 가려면

또 버스를 타야하는데, 노인은 혼자 버스를 타려는 모양이었다.

고향 산천이 한발자국이라도 가까운 거리에 닿고 싶어 그랬을까. 그는

"소원이라면, 그저 죽기 전에 나 살던 고향 산천 한번 다녀왔으면 하는 거지요, 뭐."

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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