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션>이 관객들의 항의로 리콜 소동을 빚어냈다.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의 감동으로 나도 그 뮤지컬을 보고 싶었으나
마음으로만 담아두고 있던 참이었다.
한데 그제 친구가 전화를 해왔다.
큰 맘 먹고 자기네 가족 다섯명이 미션을 로열석에서 관람하였는데,
너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고 있던 중 리콜 사태가 났다는 것이다.
재 관람에 자식들이 빠지는 바람에 친구 오빠 내외와 내가 어제 미션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일인당 15만원씩 준 자리는 2층의 앞줄 중앙 좌석.
친구 남편은 친절을 베풀어 오페라 볼 때 쓰는 망원경(?)도 빌려주었다.
한정된 무대이니 만큼 영화의 감동과 스케일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대신 익히 알려진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적 감동을 십분 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한데 무대도 실망스럽고 음악적 감동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지난번 중국여행 때 보았던 <금면왕조>의 현장감 넘치는 스케일이 자꾸 떠올라서였을까.
혹은 좋은 음악이라면 그동안 무수히 듣고 살아와 웬만한 것으로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일까.
진종일 엘리를 보고 저녁까지 먹어 그런가 처음엔 자꾸 늘어지는 게 잠이 오려했지만
본전 15만원을 생각하며 눈을 부릅뜨며 보았다.
영에에 능통한 지성파 친구 가족들은 모니터를 읽지 않아도 되었지만
나는 모니터 보랴 무대보랴 눈이 바빴다.
2막으로 접어들면서 점차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즐거운 건 공짜로 그 좋은 구경을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