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신선고

tlsdkssk 2010. 12. 9. 16:19

중국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먼 길을 떠날 때면 늘상 그랬듯 이번에도 침대맡에 간단한 유언장을

써놓고 갔었다. 하지만 별 탈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3박4일의 짧은 기간에 본 중국을 두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만,

만리장성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취한 행동은 그 끔찍한 장성을 쌓다가 죽어갔을

무수한 원혼들을 위해 잠시 묵념하는 일이었다.

몸을 날려 보내기라도 할듯 불어대는 한 겨울의 매서운 바람에 콧물과 눈물이 질척거렸다.

끝간데 없이 이어진 장성의 기다란 띠를 바라보며 중국이 얼마나 거대한 국가인가를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자금성은 그 웅장한 궐의 규모와 면적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들었다.

디테일에 있어서도 중국인들의 놀라운 재주와 섬세의 극을 달리는 손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나친 기교로 범벅된 무수한 장식성은 되레 대국적 면모를 깎아내리는 듯 했다.

화장을 요란하게 하고 장신구를 주렁주렁 차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에 비한다면 우리의 궁궐이 훨씬 단아한 아름다움을 풍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말을 아끼련다. 난 중국을 제대로 보고 온 게 아니므로.

 

그보다는 나흘간 우리 일행의 발이 되어주었던 운전 기사 얘기를 하고 싶다.

인상은 조폭 같이 생겼고 머리는 율 부린너 같은 대머리에 무표정하여

무뚝뚝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한데 이 중국 양반은 그 추운 날에도 버스에 미리 히터를 틀어 놓는 서비스가 없어

일행들의 불만을 샀다.

사람들은 관광을 마치고 버스로 돌아올 때 마다 연변 출신 여자 가이드에게

지청구를 늘어 놓았지만 별로 개선이 되지 않았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세째날이었다.

하루의 관광을  마치고 차에 올랐을 때였다.

누군가 냉장고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투덜거렸다.

내가 뒤를 이었다.

"신선고에 들어 온 것 같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신선해져야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아녜요?"

신선고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기 시작했다.

고량주 반주로 시작한 그날의 저녁 식사는 물론 엑셀런트.

3박4일간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삼시세끼를 배 터지도록 먹었다는 사실이다.

음식맛이 어찌나 좋던지 나는 굶주린 사람처럼 먹어대었다.

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고량주의 맛.

한 모금 넘기면 불에 지진듯 후끈한 자극을 주며 식도를 내려가던

그 고량주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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