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하도 어수선해 청소기를 돌렸더니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고 있던 엘리가 안방에서 나와
팔짱을 끼며 한 마디 한다.
"할머니, 시끄러워서 아이패드를 할 수 없잖아!"
나는,
"할머니, 시끄러워서 아이패드를 할 수 없어요, 라고 해" 할까 하다가
그 건방지고 귀여운 엘리의 모습을 즐겼다.
팔짱 끼고 말하는 건 언제 어디서 보았을까.
필시 티비에서 봤을 듯 하다.
엘리는 요즘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방송의 캐릭터를 흉내내며 말을 많이 배우고 있다.
말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모방한다.
입 가리고 웃는 것, 애교, 토라지는 것, 눈을 무섭게 치 뜨는 것 등....
두 돌을 지나며 늘기 시작한 말솜씨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하듯 늘어나더니
능란한 부사, 형용사및 이젠 거의 못하는 말이 없다.
제 또래에 비해 말솜씨가 제법이다.
다음 달이면 세돌.
엘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혼자 웃다가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유난히도 엘리를 이뻐하던 그였다.
그가 조금 전 엘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배꼽이 빠질텐데....
유아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엘리는 곧잘 빈 손을 내밀며,
"할머니 이 쿠키 먹어." 한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걸 받아 쥐며 먹는 체 할 수 밖에.
"아이, 맛있어라. 고마워!"
그럼 엘리는 다시 내밀며
"할머니, 맛있지? 근데 천천히 먹어야 해. 그리고 이건 이따가 먹어. 다 먹으면 배탈 나."
내가 잘 먹었다고 하면 제 소꿉놀이 잔에 커피까지 갖다 주며 또 내 배꼽을 쥐게 만든다.
"할머니, 커피에 설탕은 많이 안 넣었어."
도대체 이런 말은 언제 주워들었을까.
이따금 나를 데릴러 우리 집에 오는 아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설탕은 안 넣었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귀담아 들은 걸 응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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