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건방진 천사

tlsdkssk 2010. 11. 16. 14:45

집안이 하도 어수선해 청소기를 돌렸더니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고 있던 엘리가 안방에서 나와

팔짱을 끼며 한 마디 한다.

"할머니, 시끄러워서 아이패드를 할 수 없잖아!"

나는,

"할머니, 시끄러워서 아이패드를 할 수 없어요, 라고 해" 할까 하다가

그 건방지고 귀여운 엘리의 모습을 즐겼다.

팔짱 끼고 말하는 건 언제 어디서 보았을까.

필시 티비에서 봤을 듯 하다.

엘리는 요즘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 방송의 캐릭터를 흉내내며 말을 많이 배우고 있다.

말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모방한다.

입 가리고 웃는 것, 애교, 토라지는 것, 눈을 무섭게 치 뜨는 것 등....

두 돌을 지나며 늘기 시작한 말솜씨가 어느 시점에서 폭발하듯 늘어나더니

능란한 부사, 형용사및 이젠 거의 못하는 말이 없다.

제 또래에 비해 말솜씨가 제법이다.

다음 달이면 세돌.

엘리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혼자 웃다가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유난히도 엘리를 이뻐하던 그였다.

그가 조금 전  엘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배꼽이 빠질텐데....

유아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엘리는 곧잘 빈 손을 내밀며,

"할머니 이 쿠키 먹어." 한다.

나는 보이지도 않는 걸 받아 쥐며 먹는 체 할 수 밖에.

"아이, 맛있어라. 고마워!"

그럼 엘리는 다시 내밀며

"할머니, 맛있지? 근데 천천히 먹어야 해. 그리고 이건 이따가 먹어. 다 먹으면 배탈 나."

내가 잘 먹었다고 하면 제 소꿉놀이 잔에 커피까지 갖다 주며 또 내 배꼽을 쥐게 만든다.

"할머니, 커피에 설탕은 많이 안 넣었어."

도대체 이런 말은 언제 주워들었을까.

이따금 나를 데릴러  우리 집에 오는 아들에게 커피를 타주며

"설탕은 안 넣었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귀담아 들은 걸 응용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말 쿠키와 머리 핀 사탕  (0) 2010.11.24
그레이스의 향기  (0) 2010.11.22
낙엽을 쓸며,,,  (0) 2010.11.15
가을 여자  (0) 2010.11.08
인디언 선교사 부부  (0) 201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