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기 억 력

tlsdkssk 2007. 8. 12. 12:06
 

               기억력

   뇌세포가 죽으면 인간은 끝장이다. 장기는 의학의 발달로 재생 하든가 교체할 수도 있지만 뇌는 망가지기 전에 예방하는 게 상책이다.

   치매! 얼마나 무서운지 친구의 사례를 보자. 조기 명예퇴직으로 우울증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문의 친구를 찾아갔더니 두문불출 하는 이유가 부인의 치매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가족들 얼굴만 기억할 뿐 글씨도, 숫자도 잊어먹은 정도라 1시간도 혼자 내버려둘 수가 없단다. 배변도 싸기 전에 옆에서 챙겨주어야 한단다. 

   내 기억력이 어느 수준인지 판정해 보려고 ‘人倫 之 大事’인 혼사에서의 기억을 돌이켜본다. ‘의관을 갖추어 참석’해야 하는 혼례에의 기억은 다른 것에 비해 망각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등기우편이 아닌 일반우편이어서 배달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1, 지방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내어 활동하고 있는 고교 동문의 혼사 :

  참석하여 식장을 장식한 생화까지 만져보았다. ‘복은 아끼고 마음은 너그럽게’라는 춘부장의 名著를 아직도 책꽂이에 간직하고 있는 것만 봐도, 벗의 혼사에 참석하지 않았을 리 없다. 책에는 ‘徐丙泰 仁兄 惠存 1994,10,28 김상윤 드림’이라는 친필도 적혀 있다.

   식장은 기억에 성당이었던 것 같고….

   그런데 딸 혼사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이 친구는 꼭 올 거야.”했다. 사위가 사법연수원생이라 연수원 예식장을 잡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다른 동기들은 다 오든가  축전을 보내 왔는데 이 친구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2, 서울에서 자주 만나는 대학 동문의 혼사 :

    2002년 5월 효자동 감사원 빌딩 식장에 참석해서 뷔페로 차린 피로연 밥 먹었던 기억까지 생생한데 … 

    길흉사에 참석한 ‘기록부’에 날짜, 축의금까지 기록되어 있다.

    현직에서 바쁠 때는 기록부가 없었으나, 98년부터는 기록해서 청첩장 오면 부의금 봉투 마련할 때 참고로 하고 있음.

    청첩장 보냈는데 답이 없다.

   3, 내가 결례한 고교 동문의 혼사 :

    최근의 일이다. 청첩장 와서 보니 우리 동네 교회에서 한다. ‘기록부’ 뒤져보니 없다. 가까이서 하는데 안 가면 섭섭해 할 것 같았지만 그날따라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가지 않았다.

    다른 청첩장 받고 ‘기록부’ 뒤지는데 그 친구 이름이 있다. 축의금도 적혀있다. 혼사 후 축의금 받은 것 정리하느라 꼼꼼히 ‘작업’했는데 기록해 둔 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다.

   4,  7년 전, 6년 전 두 차례나  같은 장소 63빌딩에 가서 축하했는데 답이 없다. 친구들 전언에 의하면 얼굴 근육에 이상한 경련 증상 있어 모임에 나오지 않는단다. 부인이 청첩장을 안 보여주고, 문자메시지 보내도 지워버린단다. 그 부인 늘그막에 내조 잘 못한다는 생각 든다.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진리인 것 같은데 그 근본 원인은 기억력 감퇴가 아닐까? 오리라 기대했는데 안온 원인도 쌍방간의 기억력 쇠퇴 때문인 듯…

    여담 한 토막 : 청첩장을 받아서 봉투를 뜯어보니 안쪽에 이렇게 적혀 있더란다.

    ‘ㅇㅇ년 ㅇㅇ월 ㅇ일,   x x 예식장,   50,000원 (부조 했으니 되돌려 달라!)’

    봉투 돌려 보며 모두 웃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못 믿을 건 기억력’이라는 열변 같다.


     ‘무지개 원리’(차동엽 신부 著)에 보면 이런 구절 있다.

     뇌는 하느님이 만드신 최고의 걸작품으로서 인간의 고귀한 정신과 창조활동의 본산이며, 인격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과 감정을 주관한다.

     대뇌의 구조는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져 있다. 두 개로 갈라진 반구들은 크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차이가 있고 생성하는 뇌 호르몬에도 차이가 있다. 좌우반구 사이의 교신은 뇌량(腦梁)이라고 불리는 밀집된 신경섬유의 다발을 통해 이루어진다.

     좌뇌는 언어적, 수리적, 분석적, 논리적, 이성적 분야를 담당한다. 즉, 좌내는 논리적인 사고에 능해서 숫자나 기호를 잘 인식하고 읽기와 쓰기, 그리고 계산하는 능력이 강하다.

     반면 우뇌는 비언어적, 시공간적, 직관적, 감성적 분야를 담당한다. 우뇌는 공간 인식의 기능을 담당하고, 시각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특히 감성적 세계에 강하여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를 담당한다.

     좌뇌의 생각은 논리가 정연한 반면에 결정을 내리는 데에 시간이 걸리므로 급한 상황에서는 직감적이고 순간적인 우뇌의 결정에 따른다.

     이러한 특수화에도 불구하고 좌뇌와 우뇌는 하나의 기능 단위로 작용한다. 뇌량을 통해 좌뇌와 우뇌사이에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뇌를 키워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자신의 뇌에 어떤 것을 입력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대부분 자기 스스로가 하는 것이므로 뇌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의 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를 어떤 인간으로 다듬어나갈 것인가는 스스로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뇌 연구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흔히 사람은 마흔을 넘기면서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스무 살이 지나면 자기 뇌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한다. 

                                                              

   지하철 가다리며 서 있다가 손에 든 책을 읽었다. 눈을 들어 보니 차량 문이 닫히고 있다. 전철 안에서는 ‘우리말 겨루기’와 ‘바른 말 고운 말’에서 메모해둔 단어 외우며 앉아 있다. 틈틈이 암기하고 어린이처럼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육신은 늙지만 뇌세포는 늙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고 있다.

                                                             (200자x1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