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노인도 노인을 차별한다

tlsdkssk 2006. 9. 16. 20:46

오랜만에 엄마에게 들렀다.

불편한 몸으로 차려주시는(이건 엄마의 특권이므로 내가 침범할 수가 없다) 점심을

뚝딱 먹고 엄마가 풀어내는 얘기를 들어드렸다.

나는 엄마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

몇탕 내지는 몇십탕 되풀이 되는 내용이니 건성 들어도 다 안다.

한데 오늘은 새로운 사연을 늘어 놓으셨다.

이제는 잠자려 누워도 엉덩이 뼈가 아파 편치가 않으시다는 것.

정신이 깜빡깜빡 하여 엘리베이터 탈 때 오르고 내리는 걸 종종 반대로 누르신다는 것.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 오는 것이 머잖아 무너져내릴 초가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이어 '노인 대학'을 없애버린 본당 신부님에 대한 불만을 늘어 놓으셨다.

다른 성당에선 노인 대학을 활성화 시킨다는데

엄마네 성당 신부님은 노인 대학을 없애버리고

본당에서 운영하던 양로원도 멀리 딴 곳으로 옮겨 버리고,

'안나회'라는 걸 새로 만들어 놓았는다는 것.

한데 회원 중에 80먹은 노인들을 보면 6, 70대 노인들이

노인들 싫다고 다 나가버린다는 것.

노인들이 노인을 차별한다니...한 순간 의아했으나 곧 이해 되었다.

노인들도 층이 있고 세대차가 있을 테니 그럴법한 노릇 아닌가.

30대는 20대를 부러워 하고, 40대는 30대를 부러워 하고,

50는 40대를 부러워 하고, 60은 50을 부러워 하고, 70은 60을 부러워 하고

80 먹은 노인은 70먹은 노인을 부러워 하는게 우리네 인생. 

그러고 보면 부럽지 않은 연륜도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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