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
나는 기도를 자주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아침 기도’, 식사 때는 ‘식전 기도’, ‘식후기도’를 바친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하나이다. 아멘. 주님의 이름은 찬미를 받으소서. 이제와 영원히 받으소서.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하는 식후 기도는 왜관 수도원의 수녀님이 하라고 하셨다. 죽은 영혼들은 산 이들의 ‘식후 기도’를 기다린다며...... .
죽은 이들을 한 사람씩 부르며 “00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한다. 부모님부터 가까운 친척, 내가 은혜를 입었던 분들, 스승님, 친구들, 교통사고로 비명에 간 후배..... , 육영수 여사와, 김좌진 장군, 김두한 의원, 충무공, 허준 선생. 중동과 미국의 대립 속에 참수형으로 희생된 김선일씨.
대학 다닐 때 ‘6 3’사태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친구 고향 당진에 내려갔더니 ‘유붕이 자 원방래하니 불역 낙호아.(有朋而 自 遠方來 不亦 樂互아)’ 라시며 반겨주셨던 춘부장을 떠올리고, 어릴 때 처음 바다 구경하고 등대 밑에서 모기장 치고 잠까지 자게 해 주셨던 외숙님, ‘가보(家寶)’로 집에 걸어 둔 액자를 써 주신 외숙님을 회상한다. 31세에 선종(善終)하시며 우리에게 가톨릭을 알려주신 숙부는 본명 요한을 부르며 ‘선구자이신 숙부님.’하고 기도한다.
불치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를 방문하면 이렇게 기도한다. “심의(心醫)이신 주님! 몸과 마음이 지친 이 환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전능하신 손으로 일어나게 해 주소서. 인간의 의술로는 치유할 수 없으니 주님이 베푸셨던 기적을 오늘 이 자리에서 보여 주소서!”
산책할 때는 ‘묵주기도’를 바친다. 하느님이 마리아의 몸을 빌어 육신을 취하시고, 33년 동안 하느님 나라를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후, 십자가 수난 후 부활하시고, 마리아를 하늘에 불러올리시어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시는 전 과정을 기도하면 1시간이 걸린다.
국립묘지에 가면 조국을 위해 몸 바치고 안장되어 있는 분들의 영혼을 위해 ‘위령기도’를 바친다. 악보를 보며 곡을 하듯 기도한다. ‘625동란이 터진 날 1950년,6월,25일 전사‘라는 비명이 새겨진 묘소 앞에 서면 56년 동안 몇 사람이나 여기 와서 기도해주었을지 생각에 잠긴다.
월남전에서 전사한 자식을 추모하며 어머니가 쓴 액자에 이렇게 적혀 있다. ‘보고 싶은 내 아들 한 송이 꽃이 되어 꿈에라도 보여 다오.’
상가에 방문하여 연도를 바치는 것에 못지않게 호국연령들을 위해 기도 바치는 것도 보람된 활동이라 생각한다.
내가 사용하는 기도서에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깊이 잠들어 꿈을 꾸고 있었다. 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 밑에는 끝없는 절벽, 사방은 무서운 침묵뿐.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내 마지막 순간이 왔구나.’하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눈부신 광채 속에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오! 불쌍한 내 영혼아! 하느님께서 계시는 저 곳까지 가려면 수백만 개의 아치로 이어진 다리가 있어야 할 텐데, 과연 누가 그런 다리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아, 아무도 만들어 줄 수 없구나!”하고 탄식하고 있는데, 찬란한 빛 속에서 천사 같은 환상이 나타나 말하였다. “너 사람아!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그런 다리를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다.” 나는 너무도 반가워서 희망을 가지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신데요?” 그러자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기도이다.” - 2006년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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