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 한편 '비닐봉지'

tlsdkssk 2006. 3. 24. 01:11

                            비닐봉지

 

      쪽파 두 단 담아 온

      검정 비닐봉지

 

       빈 비닐봉지

 

       도둑바람에 날아올라

       저 혼자 귀머거리 춤을 추더라

       어쩌다가

       울 넘어 흐지부지 가버리더라

 

       어머니

 

 

        "고은의 '비닐봉지'다. 득음을 했나 보다.시 고수답게 몇 줄 가지고 쩌렁쩌렁 가슴을 울린다.

        쪽파 담아 온  그저 그런 비닐봉지가 어머니로 반전하는 언어 기술이 탁월하다. 어디서 날아온 바람, 그 도둑바람에 날아올라 귀머거리 춤을 추는 이 표현은 절창이다.

         인간의 삶이 그렇지 않던가. 자기도 모르는 귀머거리 춤을 추다 흐지부지 가 버리는게 생이었던 것을. 그리고 그것은 가슴에 이는 어머니 흔적이었다는 것을 고은 시인은 보여준다.

         아니 주르륵 온 몸에 부어준다."

                                              - 해설 신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