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쪽파 두 단 담아 온
검정 비닐봉지
빈 비닐봉지
도둑바람에 날아올라
저 혼자 귀머거리 춤을 추더라
어쩌다가
울 넘어 흐지부지 가버리더라
어머니
"고은의 '비닐봉지'다. 득음을 했나 보다.시 고수답게 몇 줄 가지고 쩌렁쩌렁 가슴을 울린다.
쪽파 담아 온 그저 그런 비닐봉지가 어머니로 반전하는 언어 기술이 탁월하다. 어디서 날아온 바람, 그 도둑바람에 날아올라 귀머거리 춤을 추는 이 표현은 절창이다.
인간의 삶이 그렇지 않던가. 자기도 모르는 귀머거리 춤을 추다 흐지부지 가 버리는게 생이었던 것을. 그리고 그것은 가슴에 이는 어머니 흔적이었다는 것을 고은 시인은 보여준다.
아니 주르륵 온 몸에 부어준다."
- 해설 신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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