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
《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허락하신다
과거는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다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
천년을 함께 있어도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쓰러뜨린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
인격이란 눈물과 비극을 처리하는 아량이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괴테의 이 한마디를 접한 순간 시인은 갑자기 가슴이 아리고
멍해졌습니다. 숙연해졌습니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모든 색채가 빛의 고통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빛에 고통이 있다면
어둠이라고 생각했으나 빛의 고통은 오히려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인도하는 고통이야말로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은 그제야 별들이 왜 어둠 속에서 빛나는지,
왜 우리 인생의 어둠이 깊어져야 별이 더 빛나는지 깨닫습니다.
밤하늘이 있어야 별을 바라볼 수 있듯이,
고통과 시련이 있어야 내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닐까?
내 인생의 캄캄한 밤, 그 견딜 수 없는 고통의 밤에 별은 떠오르는 게 아닐까?
“캄캄한 겨울/눈 내린 보리밭 길을 걸어가다가/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내 가난한 하늘 위로 떠오른/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던 시인이 시작노트 귀퉁이에 적어 놓았던,
사무치도록 가슴에 오래오래 담아 두었던 말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벼랑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할 때,
가없는 벌판을 한 마리 벌레처럼 헤매는 듯할 때 그 한마디의 말들은
아버지의 등처럼 푸근했고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했다고 합니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를 혼자 지니고 있기보다는
서로 나눴으면 하는 생각에 시인은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개인사의
아픔을 한데 버무려 ‘뜨뜻한 국밥 한 상’으로 차려 냈습니다.
그의 글에선 ‘광막한 고비사막의 길 없는 길을 달릴 때,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등에 지고 홀로 걸어가던 어린 낙타 한 마리’의 외로운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이자 순도(純度) 높은 문장가인 그는
글을 쓰면서 내내 “한마디 말은 침묵보다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마음에 새겼다고 하는군요.
상처 없는 독수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독수리뿐이라고 했던가요.
영롱한 진주에도 상처가 있답니다. 진주는 조개에 상처가 생겼을 때
그 상처를 보듬고 감싸 안으면서,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오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지요. 진주도 처음엔 하나의 상처였습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빗방울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비 그친 뒤 쏟아지는 햇살에도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 많은 햇살이 더 맑고, 상처 많은 꽃잎이 더 향기롭습니다.
소나무가 송진의 향을 내뿜으려면 제 몸에 상처가 나야 합니다.”
신(神)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우리를 쓰러뜨리는 게
아닐까요? 사람한테 고통이 없다면 몸은 자라고
마음은 자라지 않는 식물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요?
햇빛이 계속되면 사막이 되어버리겠지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것’(신경림 ‘갈대’)이라고 했지요.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 종일 비가 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살이는 해지기 전 냇가를 떼 지어 날아다니며
열렬히 구애를 하고 사랑을 합니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입니다!
스웨덴의 어느 공동묘지에는 사자(死者)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이렇게 새겨져 있답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삶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그 통절한 메시지에
눈물이 왈칵 솟구치지 않습니까? 그것은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라는 간절한 당부겠지요.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닫힌 문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등 뒤의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합니다.
시인은 어느 추운 날 국화빵을 구우며 인내의 삶을 사는
한 중년 사내에게 이런 시를 바칩니다.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눈물로 따끈따끈한 빵을 만들 줄
아는군/…당신은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아는군/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아는군/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keywoo@donga.com 출처 : [정호승]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 마디 글쓴이 : 윤슬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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