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더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 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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