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10명 중 3명 고졸 일자리 취업
하향취업 선택한 사람중 85%, 1년뒤에도 '제자리'
대졸자 10명 중 3명이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고졸 일자리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높이를 낮춰 취업한 사람들 중 85.6%는 1년 후에도 자기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첫직장이 중요하다'는 속설이 통계로 증명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하향취업자가 1년 후 적정취업으로 전환한 비중이 4.6%를 기록했다. 20명 중 1명만이 학력에 맞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적정취업전환율은 2년 후 8%, 3년후 11.1%를 기록했다. 하향취업 후 3년이 지난 후에도 76.1%는 여전히 해당 직업에 머물러 있었다.
하향취업이란 학력에 맞는 적정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한은은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따라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단순노무직이나 서비스·판매종사업에 취직한 경우를 하향취업으로 식별했다.
대졸자 하향취업률은 지난 9월 기준 30.5%를 기록했다. 대졸자 10명중 3명이 고졸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장년 하향취업률이 35%로 청년(29.5%)과 중년(23.5%)에 비해 높았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청년은 적정일자리를 구하기 전 생계를 위해 하향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남성 하향취업률이 29.3%로 여성(18.9%) 보다 높았다.
전공별로는 의약과 사범 등 전공과 직업간 상관관계가 높은 경우를 제외하면 대체로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소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는 말이 하향취업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향취업률은 자연계열이 30.6%로 가장 높았다. 예체능(29.6%)과 인문사회(27.7%)가 뒤를 이었다. 흔히 취직이 잘 되는 과로 알려진 공학도 27%를 기록했다. 반면 의약계열은 6.6%로 매우 낮았다. 사범계열도 10%를 기록했다.
하향취업을 한 사람들은 적정취업에 비해 평균 36% 규모 임금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취업자 임금이 150만원 주변에 집중된 반면 적정취업자 임금은 150만~450만원으로 넓게 분포했다.
한은 관계자는 "하향취업후 적정취업 전환율이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차와 더불어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을 신중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와 학력간 미스매칭은 중장기적으로 학력과잉에 따른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과 관련이 깊으며,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악화되며 실업율이 높아지면 하향취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