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인간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가?

tlsdkssk 2019. 10. 12. 15:48

 인간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생기는가?


경남가족상담센터 김도애 소장

 

물리학에서도 물질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무수한 법칙들이 있다.

물질의 종류에 따라, 움직임의 형태에 따라 매번 다양한 법칙들이(고교시절에 배웠던 무수한 법칙들 생각나지요? 전기 흐름의 법칙, 운동의 법칙 등등) 있지만 그것들을 다 아우르는 기본 법칙들이 있다.

 

그런데 그 물리학 안에 굳이 천체 물리학이라는 것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왜 많은 학자들이 처음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두고 그렇게 많은 논박들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빅뱅 이론이니 띠 이론이니 하는 복잡한 천체물리학의 원리들이 왜 일반인들이 보는 신문에 실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심리학을 배우면서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우주가 처음 어떻게 생겨났는가?’는 결국 물질이 처음 어떻게 생겼는지를 밝히는 아주 근원적인 물음에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 물리 법칙들은 물질이 생긴 이후에 그 성질에 대해 다루는 지엽적인 것이고, 그 근원이 되는 물질이 처음 어떻게 생겼는지가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알게 되면 마지막 소멸도 어떻게 이루어질지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모두 별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명을 다한 어떤 별이 백색왜성이 되어 자폭하면서 뿜어져 나온 물질들이 모여 지구라는 또 다른 별을 만들었고, 지구위에서 생겨난 우리 인간은 여러 진화를 과정을 거쳐 왔지만 기본적으로 지구라는 별을 만든 그 요소들로 몸을 만들어 내어 현금에 이르렀다.

 

이렇게 별이 별을 만들고, 그 별 위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기에 처음 이 우주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밝히는 우주 기원의 비밀은 첫 별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고 나아가 우리 인간의 기원을 밝히는 일이기에 중요한 것이었다.

 

물질의 원리를 말하는 물리학이란 이렇듯 물질이 처음에 어떻게 생겼는가?, 생겨난 물질은 어떻게 성장 발전 하는가?, 그리고 다 성장한 물질은 어떻게 소멸하는가?”를 말하는 학문이다

결국 한 학문에서의 이론이란 그 학문이 말하는 대상의 처음 발생, 성장 발전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소멸까지의 원리와 규칙을 정리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마음의 원리를 말하고 있는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이 처음에 어떻게 생기는가?, 그 생겨난 마음은 어떤 절차를 따라 성장 발전하는가?, 그리고 생명이 다한 마음은 어떻게 소멸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심리학의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심리학 이론들은 처음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마음이 어떠한 원리로 성장하고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 하지만, 그 마음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소멸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인간이 죽은 후 마음이 소멸하는가? 소멸한다면 어떠한 과정을 밟는가? 소멸하지 않는다면 몸이 없어진 인간의 마음은 어디서 거하면서 어떤 일을 하는가? , 이 부분은 심리학이 아닌 종교에서 다루고 있고, 심리학에서는 그 부분을 종교의 영역으로 양보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초월영성 상담이라는 분야가 좀 더 활성화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중심이 되는 이론이 없는 형편이다.

 

다만 켄 윌버가 다양한 종교의 원리를 다양한 심리학 이론과 연결하여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생기고, 작동하고, 소멸하는가에 대해서 통합된 이론을 발표하여 통합 심리학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였고, 많은 이들이 이에 호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기존의 심리학과 기존의 종교에서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인간 마음이 생기고 성장하고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서는 설명하겠으나 마음의 소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다만 이 분야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은 티벳 사자의 서나 불교의 윤회론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인간 마음이 처음에 어떻게 생기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이해와 인식이 생긴다면 결국 생겨난 것이 소멸하는 과정은 그 반대의 과정일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게 되면서 나름 인간 마음의 소멸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늠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심리학의 한 분야인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 마음이 처음에 어떻게 생긴다고 보는 것일까?

 

대상관계가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한 지류로서 발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구성 하는데는 여러학자((멜라니 클라인, 페어베언, 건트립, 위니캇, 비온, 발린트, 옥덴, 샤르프부부, 컨버그, 메스터슨 등)들이 관여되어있기 때문에 각론에 들어가서는 한 질문에 답하는 것이 학자마다 다양하다.

 

그래서 여기서는 필자가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섞어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퓨전이론을 만들어보겠다. 각 이론가들의 이름을 설명에 괄호하여 적어놓을 테니 자세한 것은 각 이론가들의 저서를 보아서 보완하기 바란다. 그럼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내 마음이 언제부터 내 것이 되었을까?

 

내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온 그 시각부터?

아니면 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렇다면 엄마 뱃속에 9달이나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내가 내 마음을 갖게 되었을까?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처음 만나 수정이 이루어진 그 순간부터?

아니면 엄마 자궁에서 3개월정도 자랐을 때?

아니면 내가 도애야라는 소리에 나를 지목하는지 알고 반응을 하게 된 순간부터?

아니면 내가 나를 도애라고 지칭하고 타인을 도애가 아닌 다른 이름이나 명칭으로 부를 수 있게 된 그때부터?

이렇게 추적해보면 나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를 김도애라고, 타인과 다른 한 개체로서 나를 인식해왔다. 너무도 당연하게 김도애라고 여겨 왔었기에 한번도 왜 내가 김도애가 되어야 했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조혜란이 아닌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문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저 가끔 홍길동이가 부럽다거나 이말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하고, 공상 속에서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가 되어보기는 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내가 김도애라는 것을 너무도 당연히 인정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김도애인 나는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어떤 일정한 형태로, 어느 시점에 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 혹은 엄마대리인으로 기능하는 양육자와 영유아의 상호관계에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축적되어가면서 서서히 형성되어 간다고 본다.

 

그렇다면 마음이라고 할 만한 어떤 것도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한 개의 튜립 알뿌리를 생각해보자. 튜립 알 뿌리는 그저 하나의 커다란 쪽파 뿌리 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 뿌리를 심으면 쪽파와는 다른 잎을 만들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빨갛거나 노란 왕관과 같은 예쁜 꽃을 피워 낸다.

인간도 처음 수정했을 때 개구리 알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태내에서 자라나 세상에 나올 때는 길쭉한 팔다리와 둥근 얼굴 그리고 멋진 머리를 가진 인간의 형태를 갖추듯이 인간의 마음 역시도 개구리나 강아지 마음이 아닌 한 인간의 마음으로 자라날 잠재력은 본성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본다.

튜립의 알뿌리는 일단 땅에 심어져 햇빛과 양분을 섭취해야 그 이후의 성장이 가능하다. 우리는 적당한 햇빛이 주어지는 봄에 양분이 충분한 땅에 튜립 알뿌리를 심고 나면 곧이어 싹이 나서 두 개의 튼실한 잎이 되고, 연이어 꽃대가 올라오고 그 꽃대에 예쁜 꽃 몽오리가 생겨날 것임을 기대하게 된다. 튜립이 어떠한 조건에서 어떠한 순서에 입각하여 자라날 것인지의 예견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기대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이렇듯 튜립의 알뿌리 안에는 싹을 틔우고 줄기와 잎을 뻗어내어 붉거나 노란색의 꽃을 피운 후 열매를 맺고 시든다는 전체적인 성장 계획이 다 들어있다. 그런데 전반적인 성장의 내용은 그 알뿌리에 있으나 어떤 땅에 심어지고 그 해의 날씨가 어떠했는가에 따라 꽃대와 꽃 모양의 크기와 내용은 약간씩의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필자는 실제로 창원시에서 심는 것과 같은 튜립 뿌리를 구해서 시골의 내 집에서 키워왔는데, 섬진강변의 나의 집은 바람이 많이 불고 땅이 척박한 곳이어서 똑 같은 알뿌리에서 나온 튜립이지만 3년이 지나자 창원시내에서는 매년 키가 크고 꽃이 커다란 튜립이 봄을 알려주는 것과는 달리 섬진강변 내 정원의 튜립은 키가 10센티를 넘지 못하고 꽃도 작을 뿐 아니라 꽃술은 오히려 더 많이 달리는 등 그 모양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똑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내용을 발현시켜줄 수 있는 환경에 따라 변형이 생기는 식물과 같이 마음도 마음이 될 기본 내용과 성장의 순서는 같아도 어떤 양육자에 따라 즉 마음이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 그 내용 역시 다른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

마음에 관해서는 일란성 쌍둥이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된 이후를 조사한 결과 기본적인 기질은 같은데, 한 아이는 사회적으로 좀 더 잘 적응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되어있고, 또 한 아이는 사회적 부적응자가 되어있었다(예를 들어 한 아이는 범죄자가 되어있고, 한 아이는 범죄를 응징하거나 범죄의 속성을 연구하는 직업인이 되어 있는 등)는 것과 같이 기본속성은 같으나 그 속성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성격으로 성장했는지 혹은 반사회적인 성격으로 굳어졌는지의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나게 된다는 면에서는 식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말은 우리의 마음은 기본 마음으로 자라날 내용과 순서는 태어날 때 내재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한 사람의 성격으로 완성되기 까지는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하게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자라나는지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성장하는 한 인간을 보면서 튜립의 성장을 기대하듯이 그의 미래를 예견하는게 가능하다. 이 말은 기대대로 되어 지지 않을 때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인지하여 더 크게 잘못되기 전 치료나 예방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인간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 역시 우리의 신체적 조건 뿐만이 아니라 오감(특히 청각과 시각)과 뇌에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개는 아무리 인간과 오래 살아도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한다. 개의 구강구조가 인간과 달라 인간이 내는 소리를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낼 수 있는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인간의 말과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뇌 구조는 갖고 있지 못하기에 의미 없는 말만을 반복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개는 인간이 말하는 의 발음차이와 단어의 차이 그리고 문법의 구성을 잘 알아듣고 구별할 수 있는 청각과 뇌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인간과 백년을 같이 살아도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구사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인간이 유전적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고, 타인의 말 속에 나타나는 음소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청각을 가지고 있고, 문법적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해서 모든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도 다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어를 배우고 표현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결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발현 시켜볼 수 없게 되고, 가능성을 피워낼 수 있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가능성 마저도 사장되고 만다. 늑대 어미에게 자라다가 12세에 발견되어 수년간 교육을 받았지만 끝내 말을 배우지 못했던 인도의 늑대 소년이 이러한 경우를 설명해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이렇게 인간이 태어날 때 마음으로 될 가능성은 이미 내재화 되어있으나 그 마음이라는 것이 양육자에 의해 제대로 길러질 때 그 마음의 속성은 제대로 발현되어 한 인간의 인간다운 마음을 이루게 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마음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의 틀을 갖추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프로이트는 60개월까지로 보았고, 그 중에서도 36개월에서 60개월 사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라고 하여 중요한 기간으로 보았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도 대강 60개월까지를 마음이 제대로 형성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여기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는 태어나서부터 36개월까지의 기간으로 보고 있다는 면에서 프로이트와는 다른 관점을 갖는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있는 마음의 씨앗을 불교에서는 무루종자라고 하여 전생으로부터 가지고 온 윤회의 잔재로 여기고(엄밀히 말하면 한 인간의 전생 이라기보다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인간 종(), 더 나아가 생명 가진 것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는 어떤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위니컷 같은 대상관계 이론가는 참자기라고 부르고 있으며, 메슬로우 같은 정신분석 학자는 자아 실현을 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표현하는 것에서의 자아에 해당하는 것을 말하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명명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구체적으로 발현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의 씨앗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인간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생기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여 보자면,

 

인간의 마음은 태어날 때 마음으로 발현될 씨앗은 가지고 있지만, 양육자에 의해서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60개월 까지 어떻게 양육되었는가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이 형성될 것인가의 속성을 지닌 마음이 구체적 발현된다.

따라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내 마음은 아주 어려서부터 양육자와의 경험이 집적되어 만들어진 추상적인 어떤 것인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나 개인의 신체, 나를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 또한 전제로 한다.

처음의 마음이 이렇게 출현하였다고 하여도 영유아 시절에 형성된 마음의 기본틀은 그 이후의 경험과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들이 계속 집적되면서 변화와 성장을 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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