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때로는 한눈팔아도 된다 / 유안진

tlsdkssk 2019. 1. 18. 07:15






      + 때로는 한눈팔아도 된다 / 유안진

      선생님, 색칠이 자꾸 금 밖으로 나가요
      괜찮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러겠냐

      뻥튀기 구경하다 지각했어요
      괜찮다, 지금 한눈팔지 않으면 언제 그러겠느냐

      길가의 강아지풀 꼬리가 패었는지
      개미와 송장메뚜기를 구경해도 된다
      낮달과 구름을 쳐다봐도 된다
      소나기에 흠뻑 젖어 와도 된다
      쇠똥구리네 집이 쇠똥인지 땅구멍인지
      놀며 구경하다 늦게 와도 된다

      어디나 언제나 학교이고 공부시간
      누구나 무엇이나 선생님이란다

      더러는 길 밖에서 더 잘 자랄 거야
      지금이 아니면 언제 그럴 시간 있겠느냐,





      + 화학선생님 / 정양

      중간고사 화학시험은
      문항 50개가 전부 ○X 문제였다
      선생님은 답안지를 들고 와서
      수업시간에 번호순으로 채점결과를 발표하셨다
      기다리지도 않은 내 차례가 됐을 때

      “아니 이 녀석은 전부 X를 쳤네, 이 세상에는
      옳은 일보다 그른 일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제대로 채점하면 60점인데 기분 좋아서 100점”

      <…>
      백발성성한
      지금도 그 점수를 믿지 않지만
      이 세상에는 세월이 흐를수록 그른 일들이
      옳은 일보다 많아지는 것도
      나는 아직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운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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