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나무의 시...류시화

tlsdkssk 2018. 12. 19. 09:53



 








 나무의 시...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 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의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때 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 만큼 길어질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하여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의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말하는 잎사귀...류시화

                   

어젯밤 꿈속에
잎사귀 하나가 내게로 걸어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자기는 말하는 잎사귀라고
자신의 나무에 대해
그 나무가 서 있는 대지에 대해
그리고 자기를 흔드는 바람에 대해
말하는 잎사귀라고
그 잎사귀는 또 내게 말했다
나 역시 한 장의 말하는 잎사귀라고
나 자신에 대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말하는 잎사귀라고
어느날 나무에서 떨어져내려
그 반짝이는 가을 물살에 떠내려갈 때까지
그 흙에 얼굴을 묻을 때까지
우리 모두는 한 장의
말하는 잎사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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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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