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방 '크레용하우스' 오치아이 게이코
4층 건물 전체 어린이 공간..3대가 찾아오기도
"자기 손으로 페이지 넘기며 읽는 건 종이책 뿐
많이 못 읽어줘 미안해 할 필요없어, 딱 한 권이 중요"
반전·반핵운동가 "권력에 반대 시민으로서 최고 행복"
도쿄(東京)에서도 유행에 가장 민감한 지역인 아오야마잇쵸메(青山一丁目), 한국의 청담동과 비슷한 금싸라기 땅에 어린이 책방 ‘크레용하우스’가 있다. 4층짜리 건물 전체가 어린이와 관련된 공간이다. 43년이나 됐다.
오치아이 사장은 “자기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건 역시 종이책 뿐”이라면서 “활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릴 때 단 한 권이라도 좋으니 평생 잊을 수 없는 책을 수백 번 읽는 자체가 중요하다”며 “그런 책이 한 권 있으면 살면서 책과 멀어지는 시기가 있더라도 언젠가 어딘가에서 반드시 책을 다시 만나게 된다”고도 말했다.
‘크레용하우스’엔 연인끼리 데이트를 하러 왔다가 결혼한 뒤 아이를 데리고 오는 커플이나 할머니, 딸, 손녀에 이르는 3대가 함께 찾는 경우도 많다. 43년의 오랜 역사가 만들어준 선물이다.
오치아이 사장은 “입시 준비를 하느라 한동안 책방에 오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어릴 때 이 책 참 좋아했는데…’ 라는 경우가 있다”며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이때만큼 자랑스러운 때는 없다”고 미소를 띠었다.
‘크레용하우스’는 한 번 들어온 책은 절대 반품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좋은 책을 들여놓으면 언젠가 반드시 팔린다는 오치아이 사장의 운영 철학이다. 책방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있다.
오치아이 사장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반전·반핵·평화주의 운동도 함께 벌여왔다. 곧바로 우익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지금도 ‘크레용하우스’의 담장에는 ‘STOP THE WAR(전쟁 반대)’, ’NUKE FREE(탈 원전)’, ‘LOVE AND PEACE(사랑과 평화)’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오치아이 사장은 “저런 문구들이 30~40년 전에는 어느 서점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문구였지만 요즘엔 무슨 보복을 당할지 두려운 나머지 다들 떼어버렸다”며 “하지만 힘 있는 자들이 정한 질서에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치아이 사장은 방송국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1974년 퇴직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약자에 대한 차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가 쓴 소설 제목은 ‘The Second Rape’(두 번째 강간), ‘Sexual Harassment(성적 괴롭힘)’ 등 한 눈에도 주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직설적이다.
오치아이 사장은 출판을 “빛이 없는 곳에 빛을 비추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내년 초엔 ‘베이비 레볼루션’이라는, 전쟁을 반대하는 내용의 그림책도 낼 예정이다. 다시 한번 전쟁을 생각하고,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서점이 사라져가는 요즘에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게 중요합니다. 책은 몇 대를 걸쳐 이어지기도 하는 긴 여행입니다. 반드시 자랑스러운 때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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