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불취불귀 不醉不歸, 허수경

tlsdkssk 2018. 10. 31. 07:22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夢生醉死)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minar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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