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tlsdkssk 2018. 7. 7. 14:13

Ivan Konstantinovich Aivazovsky (1817-1900)


      *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 완전한 사랑 / 류시화

      사람들은 완전한 사랑에 대해 말한다
      자신을 비운 초월적인 사랑에 대해
      그러나 완전한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의 소매 속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 폭풍이 거세어지자
      더 이상 눈보라를 피할 수 없어
      날아들어 온
      멧새 한 마리를
      늙은 개가 못 본 체하고 자기 집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
      일 년 내내 그토록 잡으려고 쫓아다닌 새를
      입 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





                                                                                      Monika Martin - Das kleine Haus am Meer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운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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