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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

tlsdkssk 2018. 6. 21. 13:02

[조연경의행복줍기] 산수국의 비밀


수국(水菊)은 수많은 작은 꽃이 하나의 꽃을 완성한다. 개화 시기는 6월에서 7월로 한여름에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탐스럽고 화사한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벌과 나비도 수국의 아름다운 자태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위에 살포시 앉는다. 따사로운 햇살과 달콤한 바람은 다정하게 꽃잎을 어루만지고 무심한 듯 피어 있어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산수국(山水菊)은 처지가 완연하게 다르다. 키 큰 나무에 가려 햇빛도 제대로 쏘일 수 없고 눈에 뜨이지 않아 존재 가치에도 위협을 받는다. 하지만 산수국은 열악한 환경을 탓하며 시들어 가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산수국은 밤에 반짝반짝 스스로 야광빛을 낸다. 멀리서 보면 반딧불 같다. 그뿐이 아니다. 공기의 진동을 보낸다. 밤에 날아다니는 곤충들은 공기의 미세한 떨림에 민감하다. 산수국은 그늘과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저기요. 저 여기 있어요’ 끊임없이 손짓하며 곤충들을 불러들여 꽃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물론 저 아래 양지쪽에 피어 있는 수국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처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산수국은 당당하고 행복하다.

신조어는 세상이 만들어 내는 은유적 외침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도 시대상의 반영이다.

서로서로 이마를 맞대고 어깨를 부비고 가슴을 합쳐도 적막하고 외로운 세상인데 왜 그런 편가르기를 하는지 안타깝다. 가진 자의 오만과 횡포, 그렇지 못한 자의 고달픔과 억울한 분노가 자꾸 부딪쳐서 그런 단어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다. 자신의 노력 없이 얻어진 부와 사회적 지위가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겠는가. 마치 모래성을 쌓은 것처럼 휘익 바람 한 자락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역경 앞에서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혼자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이 없으니 무엇인들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미국의 소설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그의 저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매일 무슨 옷을 입을까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슨 생각을 할까 고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이 내 모습을 멋지게 만들 듯 나를 위한 좋은 생각은 스스로의 힘을 키운다. 내가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위치이므로 절대 연연할 필요가 없다. 내 노력으로 내 처지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행복은 행운의 한 부분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다.

자신의 힘으로 당당하게 이뤄냈을 때 삶은 비로소 완성도 높은 행복을 선사한다. 산수국이 오늘 더욱 행복한 이유는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누군가의 선물이 아니다. 내 스스로 만들어 내야만 ‘자주’ ‘오래’ 만날 수 있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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