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케디아

tlsdkssk 2018. 3. 14. 10:02

옛 수도자들은 마음의 평정을 잃은 상태를 가리켜
'아케디아 Akedia' 라고 했습니다.
아케디아는 그리스어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함'을 뜻하지요.
사막의 교부였던 에바그리우스는 이를 아주 재밌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수도자가 방에서 성경을 읽다가, 불이 너무 어둡다고 투덜거렸습니다.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몸을 누이고 성경을 베개 삼아 베었지요.
그러나 베개가 너무 딱딱했기 때문에 잠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에 獨 신부의 '알맞게'가 눈길 끌어
'善行과 결점 극복' 각오보다는 매사에 주의 기울이며 살면 돼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돈'과 '영성(靈性)'은 상극(相剋)이라 여기기 쉽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이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가 알셀름 그륀(72) 신부다.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가진 세계적 가톨릭 영성가인 그륀 신부는 독일 성(聖)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의 재정 담당자로 40년 가까이 일했다. 기부금과 수도사들이 만든 물건 판매 수익과 자신의 저서 인세와 강연료 등 수도원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챙기고 은행을 상대하는 자리다. 그는 이 업무를 위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항상 각종 청구서와 영수증 더미와 씨름하며 살아온 그가 '21세기 영성가'로 꼽힌다는 점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신기한 일이다.

그륀 신부가 자신의 영성 수련 비결(?)을 살짝 공개했다. 최근 번역된 2014년 저서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을 통해서다. 그는 엄청난 다작(多作) 작가다. 국내 인터넷 서점에 올라 있는 저서 목록만 100권이 넘는다. 이 정도 집필량이면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뭔가 쓰고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가 집필하는 시간은 일주일에 6시간에 불과하다고 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그리고 일요일 오후 2시간뿐이란다. 그것도 글이 잘 안 써지면 10분 정도 침대에 누워 쉰다. 강연도 무수히 많이 하지만 그 나름의 원칙이 있다. 강연 전 10~15분은 반드시 침대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쉰다. 그도 인간인지라 유혹을 느낀다고 한다. "글은 실제보다 재미있게 쓰고 싶고, 강연 때에도 더 주목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알맞게' 쉬고 나면 그런 생각이 가라앉으면서 글쓰기와 강연 자체가 기다려지고 더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륀 신부가 이런 생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알맞게' 살기 위해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 베네딕토 성인의 표현을 빌리면 '슬기로운 절제' 즉 '중용'의 삶이다. 이 책에 눈길이 간 이유도 제목의 '알맞게'라는 단어에 끌려서다. 극단적이고 선명한 주장이 선호되면서 '알맞게'의 미덕은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단어 자체도 잘 쓰이지 않는다. 그륀 신부는 '알맞게'의 미덕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알맞게'란 단지 '보통 수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간'이 아니라 양극단을 배제한 상태를 이른 불교의 '중도' 사상과도 일맥상통하는 정신이다.


'21세기의 영성가'로 불리는 알셀름 그륀 신부가 2009년 9월20일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교 강당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그륀 신부가 중용을 강조하는 것은 영성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영성 수련이란 탈속(脫俗)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생활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영성생활'을 '항상 선행(善行)하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자신의 결점을 극복해가는 것'이라고 정의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어렵고 부담된다는 이야기다. 그 대신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실천하기도 쉽고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주의 기울이기'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 안의 두려움 시기 질투 무절제 슬픔을 들여다보고, 그 모든 감정을 두루 지나 영혼의 밑바닥에 이른다. 그렇게 들여다보면 내적인 공허감을 돈·재산·존경·인정·성공·명예 같은 외적인 것들로 채우려는 노력도 멈추게 된다."

그는 '주의 기울이기' 노력을 일상에서 실천한다. 가령 수도원 가구가 낡아 새것으로 바꿔야 할 경우, 싼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돈은 더 들더라도 수도원에서 직접 만들어 쓸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에도 적용한다. 수도사들과의 토론 끝에 직접 만들어 쓰기로 결정하고는 "길게 보면 그게 더 싸고, 지구를 위하는 길"이라고 한다.

극단의 함성이 높고 '중도'와 '중용'이 매도당하는 시대, 그래서 더욱 '슬기로운 절제' '알맞게'의 정신이 귀하게 여겨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9/2017082903099.html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료 수사가 찾아오지 않을까 밖으로 나와 살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지요. 
그는 동료들이 무관심하다고 다시 투덜거렸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그는 습도가 높아 숨이 막힌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습니다.
양말 신은 발이 간지럽기도 하고, 입은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상황을 더 이상 참지 못했습니다."


옛 수도자들은 '아케디아'전형적인 낮도깨비로 여겼습니다. 
이 낮도깨비는 한낮의 휴식 시간에 찾아오며,
수도자들을 졸리게 해서 아무 일도 할 생각이 안 들게 하지요.

오늘날 낮도깨비는 우리가 중년의 위기를 겪을 때 찾아옵니다.
다시 말해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했으며 인생을 잘 알고 있고
삶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할 때 찾아옵니다.

'아케디아'라는 도깨비에게 고통받는 사람은
쉽게 분노하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지 못하며,
지금 있는 곳을 제외한 다른 곳에 있기를 늘 바랍니다.
또한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잘못이 있으며,
그들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주변 사람뿐 아니라 날씨와 같은 모든 것에 화를 내지요.
자기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거나 아무도 없기 때문에
사람들과 재미있게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는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합니다.
옛 수도자들은 '아케디아'라는 도깨비가
우리 마음을 흩뜨리고 마음의 평정을 빼앗는다고 경고합니다.
즉, '아케디아'를 겪는 사람들은
마음이 흐트러져 평정을 잃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 수도자들이 '아케디아'라고 불렀던 현상은
오늘날 갈수록 퍼져 가는 정신 질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그 질병을 '경계성 인격 장애'라고 부릅니다.
'경계성 인격 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음의 평정을 잃는 것입니다.
 
(중략)

옛 수도자들은 '아케디아'를 치료하려면 각자의 방에 머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잃은 사람은 고통을 참지 못하므로, 자신 안에 머무는 일이 중요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자신 안에 머무는 일'을 가리켜 정주라고 했습니다.
'자기 방에 머무는 것'을 뜻하던 '정주는 이후 '일생을 한 수도원에서만 지내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수도자들이 점차 안정된 마음을 지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곳에만 머물면서 수도자는 갈수록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지요.

자신에게 머물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하루 일과가 필요합니다.
또한 개인 생활과 공동 생활의 조화도 필요하지요.
그런 외적인 질서를 통해 점차 내적인 질서를 습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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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작가
안셀름 그륀
출판
가톨릭출판사
발매
2017.08.03.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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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中道)라 함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이다. 중용(中庸)이라고도 한다.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는 어찌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태이기도 하다. 자연의 상태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상태이지만 인간의 상태에서 보면 무언가 깊은 성찰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중도, 중용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나에게 제목부터 와 닿는 책이 있었다.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우리가 불행한 것도 어쩌면 내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심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데 말이다.


안셀름 그륀

가톨릭 신자로써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이전에 <결정이 두려운 나에게>라는 책도 읽어 보았고 이 분의 글을 몇번 접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태어났고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회하여 신부가 되었다.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독자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영성 작가이다. 이번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을 통해 과연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서>를 기본으로 하여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저자는 베네딕도 소속 수도자 인데 아무래도 그렇기 때문에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누구보다도 잘 실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중용은 과연 무엇일까


마음의 중심 찾기

낭비와 인색함, 자기 비하와 교만, 타인과 자신 등 정 반대의 것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 있으면 한쪽의 과함으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다시 말하면 평범한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의 중심을 찾는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

앞에서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한다면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 혹은 유지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평점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지하는 것은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제어는 규율과 질서 속에서 이루어진다. 생활이라는 틀 그리고 그 틀안을 이루고 있는 노동과 기도, 활동과 잠, 독서, 묵상, 식사 등을 배분하여 생활을 적절하게 끌어가는 것이 삶을 유지하는 것이고 제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안에 건강과 기쁨이 깃드는 것이다. 또한 틀이 정해지고 순간 순간 별로 해야할 일이 정해졌다면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는 것이야 말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 길이라 이야기 하고 있다. 

지금에 충실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분별이다.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내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를 구별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옳은 것을 분별할 수 있게 된 후에는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여 근원적인 선에 가까워지고 그로인해 내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실천해 보세요

이 책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내용이 수도자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일 것이다. 따라서 이 가르침을 단순히 내용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해 보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자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때로는 거절하는 용기를 내며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 균형을 잡고 아름다워 지며 불필요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등 우리는 삶에서 중용을 실천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소비와 경쟁이 기본인 이 세상에서 슬기로운 절제를 통해 중용과 질서를 유지하는 삶. 그 것이 결국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기준으로 행복하고자 하면 때로는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자세로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해하고 주어진 것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가꾸는 것이야 말로 중용이며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 아닌가 싶다. 즐겁고 아름다운 삶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내 안에 있는 본질을 잘 발견하고 가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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