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고은

tlsdkssk 2018. 2. 25. 07:50

"삭제는 과도" vs "사회적 물의, 삭제해야" vs "일시적 삭제"

고은 시인 (자료사진)
성추행 논란을 빚고 있는 고은 시인의 시 작품을 교과서에 삭제하는 문제에 대해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양하다.

중고 검정 교과서 11종에 실린 고은 시인의 시 작품을 삭제하느냐 여부는 출판사의 자율적 판단에 달려 있다.

교육부는 출판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성 문학평론가 A씨는 "대가라고 해서 성범죄를 용인해줘야 한다는 근거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교과서에서 고은 시인의 작품 삭제는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고은 시인이 분명히 도덕적 책임을 져야하고, 남성 문인들이 묵인하는 문화는 청산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작품을 평가하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작가의 도덕성과 작품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복잡한 매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인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서 교과서에서 문학작품을 뺀다면 그게 고은 시인에서 멈출 것 같지 않다. 똑같이 형평성을 유지하자면 한국문학사가 거덜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었다. 여성 문학평론가 B씨는 "교과서는 학생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배우는 장이기 때문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문인의 작품은 배제도 검토해야 한다" 밝혔다.

B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당대 평균적 시민의 상식에 위배되는 문제가 있을 경우 시를 수록하는 문제는 배제를 포함해 엄격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정주 시인처럼 친일 행적 작가의 작품이 여전히 수록되어 있다"면서 "작가의 흔적과 작품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여성 문학평론가 C씨는 "이번 사안을 볼 때 영구 삭제보다는 일시적으로 삭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C씨는 "시인이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빼야 한다는 건 아니고, 문제를 일으켜도 그냥 넘어가는 문화를 바꾸자는 차원에서 그렇다. 실제로 문학사적 가치를 평가받는 작품이라도 뺄 수도 있구나 하는 인식 변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이어 "장기적 안목에서는 교과서에 실린 문인들의 도덕적 문제에 대해 일회적 대응보다는 일반 독자까지 포함해 사회적 논의를 위한 합의기구 구성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당문학상과 같은 친일작가 문학상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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