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안원찬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켜자
썩을 놈의 혓바닥이
냄비의 엉덩이를 허벌라게 핥아댄다
시퍼렇게 치미는 불꽃에
조개처럼 입 쩍 벌린 냄비뚜껑
라면 한 개를 통째로
심청이처럼 꿀꺼덕 삼켜버린다
수프를 뿌리고 계란을 풀자
오 분도 안 돼 게슴츠레해진 라면 가닥
냄비 뚜껑 위로 끌어올려
굶주린 똥개처럼 허겁지겁 먹어치운 허기
코끝에 비지땀 흘리며 밑구녕까지 싹싹 핥는다
온종일 게걸스럽게 나를 신고 다닌 낡은 구두짝
미친개 가랑이 벌리듯 헤벌쭉한 채
코 골고 있다
고단함 풀풀 날리며
- 시집 『귀가 운다』중에서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긴밭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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