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The 25th Hour)
1967년 프랑스영화
감독 : 앙리 베르누이유
원작 : 콘스탄트 게오르규
제작 : 카를로 폰티
출연 : 안소니 퀸, 비르나 리지, 그레고어 아슬란
세르주 레지아니,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리암 레드몬드
25시는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인 콘스탄트 게오르규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유명한 소설이지만 영화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끌어서 여러차례 재개봉된 작품입니다.
루마니아의 어느 마을에 살고 있는 순박한 농부인 요한 모리츠(안소니 퀸)는 아름다운 아내
수잔나(비르나 리지)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쁜 아내를 둔 죄라고 할까요?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던 경찰서장은 수잔나의 쌀쌀맞은 태도에 앙갚음을 하기 위하여 요한
모리츠에게 유태인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수용소로 보내버립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서 운하를
만드는 막노동을 하게 된 요한,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노동을 하며 집에 갈 날을
학수고대 합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운명은 이들 부부의 재회를 계속 방해하고
요한은 루마니아 수용소를 탈출하여 헝가리에 갔다가 다시 붙잡혀서 나치 휘하의 수용소에서 지내다가
전쟁이 끝난 뒤 연합군측 포로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면서 결국 10여년만에 극적으로 아내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던 요한 모리츠.
순박한 농부인 그들 부부가 아들의 세례식을 하는 모습
요한 모리츠의 아내 수잔나를 넘보는
악덕 경찰서장
유럽의 미녀배우 비르나 리지가 요한 모리츠의
아내 수잔나를 연기하였다.
영문도 모른채 끌려온 요한 모리츠
25시의 내용은 순박한 한 농부의 가정이 권력자의 농간에 의해서 철저히 파괴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 또한 강대국간의 전쟁의 틈새에서 희생되는 약소국 국민의 설움을 함께 그려내고
있는 수작입니다. 헝가리로 피신한 안소니 퀸이 그곳 여자에게 '루마니아와 헝가리가 적국인가?'
라고 묻자 '그건 정부에서 결정할 사항이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 의해서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선량한 국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보여주는 대사입니다.
영화는 내내 이런 어두운 부분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소니 퀸의 연기는 때론 감동을 주고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독일군 장교에 의해서 그가 우수한 아리아 인종
이라고 표본이 되는 장면에서 안소니 퀸이 보여주는 순박하고 바보스런 연기는 이런 슬프고
참혹한 소재의 영화임에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그런 웃기는 장면도
무척 씁쓰레하게 느껴집니다.
강하고 지순한 여성상을 연기한 비르나 리지
고문까지 당하는 요한 모리츠의 수난사
인종을 연구하는 독일군 장교의 눈에 띄어 우수한 아리아인 종족으로
오인받고 마치 실험대상같은 모습을 연기한 안소니 퀸의 모습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졸지에 아리아인 종족취급을 받고
독일군으로 발탁된 요한 모리츠
영화의 압권은 요한 모리츠가 군사재판을 받는 장면. 검사측이 장황하게 요한 모리츠가
나치 전범으로 중죄를 저질렀다는 설명을 하자 피고측 변호인은 짤막한 표현으로 그가 왜
무고한 인물인지 설명을 합니다.
"피고는 지금 왜 이자리에 나와 있는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지난 8년간 영문도 모른채 이리저리 끌려다녔습니다" 라고 멋적은 듯이 이야기하는 요한
모리츠의 대답은 순박한 한 인간의 부당한 희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가슴아픈 대사였습니다.
변호인이 판사에게 호소하는 변론의 내용이 참으로 와닿습니다. 요한 모리츠의 아내가 얼마나
고통의 세월을 보냈는지 그녀의 편지를 읽어준 뒤 "이 여인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판장님의
판결은 그 여인의 호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라는 최후변론내용은 관객의 심금을 울립니다.
'길' '노틀담의 꼽추' '바라바' 등 여러편의 영화에서 특유의 바보스럽고 순박한 연기를 보여준
감동의 배우 안소니 퀸이 주인공 요한 모리츠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으며 '흑튤립' '퀸메리호의 습격'
'애수의 크리스마스' '산타비토리아의 비밀'등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이탈리아 출신의 미녀배우
비르나 리지가 아내인 수잔나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연출은 '지하실의 멜로디' '시실리안'
'황야의 산 세바스찬' '에스피오나지' 등 흥미로운 영화들을 많이 연출한 앙리 베르누이유 감독이
담당하였습니다.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명배우의 좋은 연기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조화되어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로 탄생된 작품이 25시 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 웃는 표정을 짓다가 우는
듯한 얼굴이 되는 안소니 퀸의 마지막 연기는 정말 잊혀지지가 않는 라스트 씬으로 기억됩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안소니 퀸의 마지막
연기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라스트씬이 되었다.
ps1 : 요한 모리츠가 독일군에 가담해서 적군이 되었다는 것을 걱정하며 알려주는 신부에게
"그는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어디에서든 살아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말하는
수잔나의 대사는 국가 지도자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하여 악의없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을 지적하는 의미있는 대사였습니다. 잘못된 지도자들의 일으키는 전쟁에
왜 선량한 국민들이 전선에 나가서 희생되어야 하는지 그건 인류의 역사에서 늘
벌어지는 모순이기도 합니다.
ps2 : 2차대전을 비롯한 전쟁에서 승전국과 패전국은 존재하겠지만 전쟁에 휩쓸린 국민들은
모두 피해자일 뿐입니다.
ps3 : 소피아 로렌의 남편이기도 한 카를로 폰티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ps4 : 작가인 게오르규는 신부(사제)이자 망명작가였습니다. 공산화된 루미니아를 떠나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겪은 그의 경험이 전쟁으로 인하여 고향을 떠나 강제로
이리 저리 끌려다니는 요한 모리츠의 절박한 삶을 다룬 이야기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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