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tlsdkssk 2017. 6. 11. 20:41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메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온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우두커니 / 천양희

희망이 필요하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불행이 외면한다고 오지 않는건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묶는다고 튼튼한 건 아니었습니다.
고통이 깍는다고 깍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마음 한줌 쥐었다 놓는 날이면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었습니다.




Roman Garassuta - paintings





사람의 일/천양희


고독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 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 사람을 다칩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 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린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 그것 또한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후니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