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내 비슷한 천체 많아 퇴출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
NASA 과학자들 복권 성명 내 "행성 기준 아직도 불명확해"
전문가 "지위 되찾기 쉽지 않아"
"행성(行星)의 정의를 다시 내리자."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선언문이 최근 세계 천문학계에 화제가 됐다. 성명을 낸 주인공은 앨런 스턴 박사가 주축이 된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 이들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한 행성 기준을 다시 만들자"고 주장하며 2006년 기준에 따라 행성 지위를 잃었던 명왕성의 복권(復權)에 나섰다. 행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恒星) 주위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지구나 화성이 행성이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잃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상대성 이론을 다수결로 결정할 수 없듯 행성도 마찬가지"라며 명왕성의 퇴출을 문제 삼는 측과 "기준을 또 바꾸면 새로 행성이 될 천체가 100개가 넘는다"며 현재 기준을 고수하려는 유지파로 나뉘었다.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명왕성 지위 논란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의 아마추어 천문가가 발견했다. 태양계(界) 9번째 행성이 됐지만 지구, 목성 등 기존 행성과 다른 점이 많아 처음부터 행성 자격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명왕성은 지름이 2300㎞로 작은 편인 데다 질량도 달의 6분의 1 수준이다. 다른 태양계 행성에 비하면 '꼬마 천체'다. 명왕성이 가장 큰 위성인 카론과 서로 공전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정적으로 2003년 명왕성보다 큰 천체인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명왕성은 행성 리스트에서 퇴출 1순위"라는 말이 돌았다.
IAU는 2006년 8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총회에서 행성 기준을 새롭게 바꿨다. 아예 판을 새로 짜서 명왕성을 둘러싼 오랜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것이었다. IAU가 제시한 새 행성 기준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충분한 자체 중량을 가진 구(球) 형태이며, 공전 궤도 안에 비슷한 다른 천체가 없어야 한다'는 세 가지였다. 명왕성은 주변에 비슷한 규모의 천체들이 여럿 있다는 점에서 세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행성 지위를 박탈당했다. 대신 '왜소행성'(dwarf planet)이라는 새 개념으로 분류됐다. 왜소행성은 행성처럼 태양을 돌면서도, 다른 행성의 영향을 받아 궤도가 불안정한 조그마한 행성을 가리킨다.
하지만 NASA 과학자들은 명왕성의 행성 탈락 직후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턴 박사는 "전 세계 1만여 천문학자 중 당시 행성 기준 결정 투표에 참여했던 사람은 424명으로 5%도 안 된다"며 "무엇이 행성인지 과학계에서 아직 이견이 많다"고 말했다. 해럴드 위버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명왕성뿐 아니라 해왕성도 공전 궤도 안에 다른 천체가 있어 세 번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새 행성 기준은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행성(planet)의 영어 어원이 '떠돌다'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움직이는 천체를 모두 행성으로 간주했다"며 "물리학적 특징을 기반으로 행성 분류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논란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권(復權)이냐 해프닝이냐
일부에선 행성 기준을 두고 미국과 유럽 과학계가 기(氣)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IAU가 주도해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행성인 명왕성을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NASA는 명왕성이 퇴출되기 직전인 2006년 1월 7억달러(약 7910억원)를 들여 명왕성 탐사선인 뉴허라이즌스호를 발사했다. 이번에 성명을 낸 스턴 박사는 이 뉴허라이즌스호의 책임 연구원이었다. 국내 다른 천체 전문가는 "NASA가 명왕성 연구에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관심을 늘리려고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명왕성이 행성 지위를 되찾으려면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 많다. 새 행성 기준이 이미 전 세계 학계에서 자리를 잡은 데다 태양계 행성을 8개로 기술한 학교 교과서를 모두 바꿔야 한다. 최영준 연구원은 "과학적인 이유로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기로 했는데. 사회적 측면만 고려해 복권을 주장한다면 과학자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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