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스크랩]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tlsdkssk 2016. 7. 1. 06:13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雲鈺 원글보기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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