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곳간

[스크랩] 프리츠 분덜리히의 `아름다운 5월에` 독일여행을 추억하며

tlsdkssk 2016. 5. 31. 07:11





독일 하이델베르크 Heidelberg, Germany




4월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년 4월이면 겪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5월이 되니 마음을 짓누르던 일들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같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4월은 잔인한 달로,

그러나 5월이 되면 '계절의 여왕'이라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을 예찬하지요.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

.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라고 노천명 시인은 노래했지요.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5월 속에 있다.

라고 하신 금아 피천득님도 생각납니다.





뒤셀도르프에 있는 Roberto Schumann (1810 - 1856)이 생애 마지막에 살던 집




또한 5월에는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 48> 중에 가장 사랑받는

첫번째 곡 '아름다운 5월에' Im Wunderschoenen Monat Mai도 듣고 싶어지지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온갖 꽃망울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샘솟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소망을


*****






슈만의 집이 있는 지역의 어느 골목길에 하인리히 하이네의 Heinrich Heine Institution이 있었습니다.



많은 성악가들이 슈만의 이 노래를 불렀지만 그 중에서도

36세의 안타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여 올해가 그가 떠난 50주년이 되는

프리츠 분덜리히 (Friz Wunderich 1930-1966)의 노래가 듣고 싶어집니다.


1966년 여름 잘츠부르크 음악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마치고

하이델베르크에 사는 친구의 집에 가서 사냥으로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

돌계단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서

하이델베르크대학의 대학병원에 실려갔지만 만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36세의 생일을 일주일 앞 두고 안타까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고 했지요.

너무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참 유명세를 타고 있었는데...





하이델베르크 대학




하이델베르크 Heidelberg...라고 하니

독일을 일주일간 무모하게 운전하며 돌아다닌 일이 생각납니다.

2014년 5월의 마지막 한 주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날라 온 동생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나

자동차를 빌려서 일주일간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아이제나흐에 있는 바흐 뮤지엄 (생가가 있던 자리)



바흐의 생가... 세계제 2차 대전때 이렇게 허물어졌던 것을 복원하여 지금은 바흐 박물관(위사진)




슈만이 지병이 깊어지면서 강물에 뛰어들었다는 라인강이 흐르는 뒤셀도르프에도 가고

바흐를 찾아서 라이프치히와  아이제나흐, 헨델의 생가가 있는 할레,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본에도 가고...  고흐 뮤지엄이 있는 암스텔담도 잠시 들리고...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1년 가까이 갇혀 지내던 바르트부르크그성에도 가고..

동생을 서울로 떠나 보내고 혼자서 하이델베르크에도 갔습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27년간 합창장으로 지내면서 많은 작곡을 발표한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토마스교회

교회 앞 사진 오른쪽으로 바흐의 동상이 있고 교회 안 제단 앞에 바흐의 무덤이 있지요.




라이프치히에서 가까운 할레에는 헨델의 생가가 있었습니다.



마틴 루터가 갇혀 지내던 바르트부르크 성 안 한쪽 구석에 있는 마틴 루터의 방




본에 있는 베토벤 생가... 가운데 건물 맨 꼭대기 지붕 밑 다락방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암스텔담에 있는 고흐뮤지엄





하이델베르크 시가지




하이델베르크는 네카이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이지만

너무 오래된 도시라 자동차로 간 것이 큰 잘못이었지요.

길도 좁고 주차할 곳도 마땅하지 않고

4층이나 되는 호텔은 엘레베이터도 없고...ㅋ


그래도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축배의 노래를 부르던

선술집에도 가고 하이델베르크 대학에도 가 보고...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술집 '붉은 황소'...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의 무대가 된 곳으로 유명하지요.





지금 생각하니 아찔한데 그 때는 참 용감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모든 고속도로에 속도제한이 없는 줄로 알고

마구 마구 달리다가 운전 티켓을 두 개나... ㅋㅋ


하나는 주차를 잘못해서 딱지를 떼었고

과속은 잡힌 것이 아니라 카메라에 잡혔는지

집에 돌아와서야 나중에 티켓을 받은 것을 알았지요.

렌트카를 돌려주면서 주차위반 티켓에 대한 벌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는데

메일로 보내줄거라고...

그런데 아직도 메일을 받지 못해서 미해결 상태랍니다.

독일에 가면 공항에서 붙잡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일주일 동안 알차게 다니기도 했지만

온갖 해프닝이 만발했던

무식하고 용감한 첼로의 독일 여행..


방랑벽이 있는지 언제라도 어딘가 훌쩍 그렇게 떠나고 싶은데

이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기만 하고 있답니다. ㅋ







Robert Schumann (1810 - 1856) 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 48

프리츠 분덜리히 Fritz Wunderlich가 부르는 16곡 전곡입니다.


로배르트 슈만은 동시대를 산 당대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 - 1856)와

젊은 날 학창시절에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후 그의 작품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이네가 1827년에 발표한 그의 <노래의 책> (Das Buch der Lieder) 중에

'서정적 간주곡' Lyrisches Intermezzo에서 16편의 시를 발췌하여

가장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붙여 

16곡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A Poet's Love, Dichterliebe)을 작곡했습니다. 


1-6곡은 사랑의 시작을, 7-14곡은 실연의 아픔에 대해서,

15와 16곡은 지나간 청춘에 대한 허망함과

잃어버린 사랑의 고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하이네의 시에 담겨있는 사촌여동생 아말리에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고통과 슬픔이 클라라를 사랑하던 슈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에

더 더욱 아름다운 노래를 작곡할 수 있었던 것같습니다.


슈만은 잘 알려져 있듯이 9살이나 어린 소녀 클라라 비크에 대한

순결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으로 장인과 법정 투쟁까지 하여 클라라와 결혼하였지요.

결혼하던 해 (1840년)는 그의 생애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같습니다. 

왜냐면 '시인의 사랑'을 비롯한 수 믾은 주옥같은 작품이 이 시기에 탄생되었지요.

그러기에 이 시기는 슈만의 '노래의 해 Liederjahr'로 일컬어지고 있답니다.


그러나 행복한 시절도 잠시였고 슈만은 고질병이던 정신질환에 내내 시달려야만 했지요.

끝내는 '클라라, 나는 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라인강에 투신을 하기도 했는데 강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그 후 정신병원에서 지내다가

2년 뒤 1856년에 4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지요. 지금부터 160년 전이네요.


위대한 예술가들은 어쩌면 신의 영역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인지...???

그들은 사랑과 고독과 슬픔의 깊은 우물에서 끝없이 위대한 작품을 길어내지만

그러기에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은 쉽게 고갈되어버려 미쳐버리거나

다른 질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하게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슈만의 가곡을 부르고 있는 프리츠 분덜리히도

위에서 설명한대로 36세라는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의 노래는 음반으로 남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 우리 모두가 벗어날 수 없는 명제이지만

특히 예술가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은 언제나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온갖 꽃망울이 피어날 때

내 마음에는 사랑이 샘솟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 그녀에게 고백했네

내 그리움과 소망을








나이들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요?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5월 속에 있다. (피천득)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2년 전 5월의 독일여행을 추억하며


첼로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cello911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