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조르쥬 루오(Georges Rouault)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하나
사랑하기 전부터
기다림을 배운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제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 듯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 버린 얼굴이 아닌 바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작가소개]
*박인환(朴寅煥,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은 한국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1]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였고 경성제일고보를 거쳐
평양의전을 중퇴하였다.
* [1946년 시 〈거리〉를 발표하여 등단하였으며 1949년 동인그룹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1949년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았다.[1] 1955년
《박인환 시선집》을 간행하였고 1956년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하였다.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후반기 동인으로 모더니즘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자신만의 도시적인 비애와
인생파적인 고뇌를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