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뇌, 신을 훔치다

tlsdkssk 2015. 12. 8. 19:47

지난 4월 방송된 KBS 파노라마 ‘신의 뇌’를 바탕으로 쓰여진 ‘뇌, 신을 훔치다’(KBS파노라마 제작진 지음·인물과사상사 편· 1만 3천원)이 출간됐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에 대해 종교와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의 질문을 통해 신과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4,000여 개의 종교가 있으며 종교를 부정해온 과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극도로 발전한 이 시대에 ‘똑똑한’ 사람들이 신을 믿다.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21세기에 왜 신을 믿는지, 과학적으로 볼 때 비이성적·비합리적인 믿음에 대해 신을 믿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 물음이기도 하다.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신을 만났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유명인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고흐, 노벨, 나폴레옹, 시저,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단테, 파스칼 등이 그런 경우다. 놀랍게도 이들은 신을 만났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스칼은 31세 때였던 1654년 11월의 어느 밤, 불꽃같은 성령 체험을 했다면서 이때의 체험을 약 600자 분량의 시 형태로 양피지에 기록하기까지 했다.
 
아예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2012년 10월 8일자 『뉴스위크』는 「천국은 진짜다(Heaven is Real)」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븐 알렉산더라는 하버드대학 신경외과 의사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7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7일 동안 그가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 후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신의 무한하고 강력한 힘을 믿게 되었다. 그의 말은 진짜일까? 그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혹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정말로 신의 목소리를 듣거나 신을 만났던 것일까? 더군다나 그는 논리적 이성과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던 뇌과학 전문가였다.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도 왜 종교는 번성하는가?
 
21세기의 인류는 과거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해졌다. 인터넷 쇼핑을 해도 가격과 성능을 면밀히 따진 후 구매를 확정하고, 운전을 할 때도 목적지까지의 통행량과 최단거리를 분석하고, 아니면 아예 그런 기능을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켠 후에야 자동차를 몬다. 이렇게 우리는 매사에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런데 오직 한 가지, ‘신과 종교’에 대해서만은 합리적이지 않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없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 보이는데도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신과 종교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4,000여 개의 종교가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약 80퍼센트가 종교를 갖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신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21세기에 왜 신을 믿는지, 비이성적?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믿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와 과학을 넘나들며 ‘신의 거처’를 찾다
 
지난 300여 년 동안,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과거 신의 영역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속하던 것들도 지금은 과학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천둥과 번개는 신이 노해서 내리는 천벌이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것, 인류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것 등 말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그동안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사실은 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가장 노력해온 게 바로 과학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말처럼 ‘과학은 신에게 접근하는 길을 종교보다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급기야 최첨단 과학은 사라진 신의 거처까지 찾아냈다. 물론 그곳은 천상이 아니라 지상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바로 인간의 ‘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학은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과학이 많은 것을 밝혀내긴 했지만 아직 신과 종교의 많은 부분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들을 설명하기 위해 종교와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의 질문을 통해 신과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파스칼의 내기 : “신을 믿는 게 이익이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경우,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지금부터 350여 년 전, 파스칼은 대담하게도 ‘신의 존재’를 걸고 내기를 제안했다. 그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다. 파스칼의 내기는 인생은 물론 사후세계까지 건 대단한 도박이었다. 신을 믿었는데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천국에 가게 된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있다면, 지옥에 가게 된다. 신이 없다면 양쪽 다 아무 이득이 없다. 이 유명한 기독교 변증론을 통해 결국 파스칼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무리 낮아도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다.”
 
물론 파스칼의 논리에는 한계도 많고 수많은 변수를 무시해버렸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신이 자신의 존재 증명을 허락하지 않는 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것뿐이라는 점에서 파스칼의 논리를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다음은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이 들여다 본 신과 종교에 대한 이 책의 일부 내용이다. 파스칼의 내기에 참여하기 인간의 뇌로서 생각해 볼만 한 주제이다.
 
 
‘천국에 다녀온 뇌과학자’
과학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뇌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내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뇌와 의식’은 현대 과학이 가장 최근에 연구를 시작한 분야로, 솔직히 말해서 과학은 의식에 대해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인 닉허버트(Nick Herbert)도 이런 고백을 했다. “우리가 의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발이 아니라 머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뿐이다.” 과학이 세운 가설이 모두 무너지자, 이븐 알렉산더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바로 영혼의 존재다. 뇌가 의식, 즉 영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뇌와 영혼이 존재할 가능성 말이다. 이븐 알렉산더는 천국을 본 것은 자신의 영혼, 즉 육체에서 분리된 의식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본문 30쪽)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현대 과학은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뇌가 신을 느낀다는 신경학적 증거는 아주 많이 찾아냈다. 인간의 뇌 전체가 갓 스폿이 될 수 있으며, 명상과 기도는 뇌를 변화시키고, 특히 이성적인 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뇌가 신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종교가 금기시하는 곤란한 질문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본문 84쪽)
 
‘영혼의 무게는 얼마인가?’
영혼은 존재할까?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영혼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혹시, 영혼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영혼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학교 다닐 때 배운 질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려보자. 어떤 물체에 화학적 반응을 가했을 때, 그 성질은 변하더라도 전후의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있다고 치자. 커피 잔에서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올라온다. 액체에서 기체로 변한 수증기는 잠시 후 눈앞에서 사라진다. 커피 잔 속에는 딱 그만큼의 질량이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질량은 없어진 게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혹시, 영혼에도 이 법칙이 통할까? (본문 106~107쪽)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뇌’
신에 대한 믿음은 뇌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물론 이것은 신이 뇌의 산물이기 때문인지 혹은 신이 존재하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이 우리를 긍정적인 삶으로 인도한다는 데 대해서는 무신론자들도 기꺼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미국 러트거스대학 인류학과 교수 라이어넬 타이거(Lionel Tiger)도 그런 무신론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신이 뇌를 위로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신은 뇌가 정말 궁금해하는 존재의 원리와 이유,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만족감마저” 주며, “미래 혹은 내세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삶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데”, 종교가 그 고통을 줄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뇌」(본문 177쪽)   
 
‘오직 인간만 신을 믿는다’
인류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인간이 신을 믿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큰 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큰 뇌를 가진 인간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인간과 달리 동물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질문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비단뱀의 ‘흔적’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침팬지는 자기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비단뱀을 발견하면, 나무 위로 도망갈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 하지만 수풀에 난 비단뱀의 흔적을 보면, 위험한 비단뱀이 주변에 있다는 걸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지는 않다. 인간은 질문을 한다.……이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찾는다. 그래서 침팬지가 우리 인간을 동물원에 가두는 게 아니라, 인간이 침팬지를 동물원에 가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 197~198쪽)
 
‘문제는 믿음이야, 바보야!’
사실 우리의 믿음은 애초부터 불완전한 것이었다. 5만 년 전, 나뭇잎이 바스락대던 그날을 독자들도 기억할 것이다. 그때 우리의 먼 조상은 나뭇잎을 흔든 것이 곰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곰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곰이라는 믿음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뿐, 진짜 곰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과학이 있다. 누군가 열 감지 카메라로 곰이 아니라 토끼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잘못된 믿음을 취소하고 진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믿음을 수정하는 유일한 길이다. (본문 246~247쪽)
 
신이 뇌를 만들었을까?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KBS 파노라마 ‘신의 뇌’ 제작진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되묻는다.

이 책은 지난해 4월에 방송된 KBS 파노라마 '신의 뇌'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신의 뇌'는 2부작으로 방송이 됐지만 사실 4부작으로 기획된 다큐멘터리였다. 방송하지 못한 나머지 2부작 분량은 책상 한쪽 구석에 밀쳐두었고, 책 출간이 결정되면서 애초 4부작을 위해 준비했던 자료까지 모두 다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에는 신과 인간에 관한 몇 가지 질문과 답, 그리고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만날 법한 실존적 고민과 그때 참고하면 좋을 만한 자료 목록이 포함돼 있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신을 만났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유명인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고흐, 노벨, 나폴레옹, 시저,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단테, 파스칼 등이 그런 경우다.
 
놀랍게도 이들은 신을 만났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파스칼은 31세 때였던 1654년 11월의 어느 밤, 불꽃같은 성령 체험을 했다면서 이때의 체험을 약 600자 분량의 시 형태로 양피지에 기록하기까지 했다. 

아예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2012년 10월 8일자 『뉴스위크』는 '천국은 진짜다(Heaven is Real)'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븐 알렉산더라는 하버드대학 신경외과 의사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7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며, 뇌사 상태에 빠져 있던 7일 동안 천국에 다녀왔다고 주장했다. 그 후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신의 무한하고 강력한 힘을 믿게됐다고 한다. 그는 논리적 이성과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던 뇌과학 전문가였다.    

21세기의 인류는 과거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똑똑해졌다. 우리는 매사에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런데 오직 한 가지, ‘신과 종교’에 대해서만은 합리적이지 않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없을 가능성이 훨씬 더 많아 보이는데도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4,000여 개의 종교가 성행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약 80%가 종교를 갖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신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21세기에 왜 신을 믿는지, 비이성적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믿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00여 년 동안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과거 신의 영역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속하던 것들도 지금은 과학이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천둥과 번개는 신이 노해서 내리는 천벌이 아니라 자연현상이라는 것, 인류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것 등 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일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그동안 과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사실은 신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가장 노력해온 게 바로 과학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말처럼 ‘과학은 신에게 접근하는 길을 종교보다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

급기야 최첨단 과학은 사라진 신의 거처까지 찾아냈다. 물론 그곳은 천상이 아니라 지상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건 바로 인간의 ‘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학은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과학이 많은 것을 밝혀내긴 했지만 아직 신과 종교의 많은 부분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들을 설명하기 위해 종교와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의 질문을 통해 신과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경우, 신을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가?” 지금부터 350여 년 전, 파스칼은 대담하게도 ‘신의 존재’를 걸고, 내기를 제안했다. 그 유명한 ‘파스칼의 내기’다. 파스칼의 내기는 인생은 물론 사후세계까지 건 대단한 도박이었다.
 
신을 믿었는데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천국에 가게 된다. 신을 믿지 않았는데 신이 있다면, 지옥에 가게 된다. 신이 없다면 양쪽 다 아무 이득이 없다. 이 유명한 기독교 변증론을 통해 결국 파스칼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무리 낮아도 ‘신을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이득’이다”    

​아래 글은 본문 중에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과학은 뇌가 의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뇌가 ‘어떻게’ 의식을 만들어내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뇌와 의식’은 현대 과학이 가장 최근에 연구를 시작한 분야로, 솔직히 말해서 과학은 의식에 대해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 세계적인 양자물리학자인 닉허버트(Nick Herbert)도 이런 고백을 했다. “우리가 의식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발이 아니라 머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뿐이다”
 
과학이 세운 가설이 모두 무너지자, 이븐 알렉산더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다. 바로 영혼의 존재다. 뇌가 의식, 즉 영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뇌와 영혼이 존재할 가능성 말이다. 이븐 알렉산더는 천국을 본 것은 자신의 영혼, 즉 육체에서 분리된 의식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본문 30쪽)    

현대 과학은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뇌가 신을 느낀다는 신경학적 증거는 아주 많이 찾아냈다. 인간의 뇌 전체가 갓 스폿이 될 수 있으며, 명상과 기도는 뇌를 변화시키고, 특히 이성적인 전두엽을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뇌가 신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뇌가 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실제로 신이 존재한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종교가 금기시하는 곤란한 질문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 질문은 이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뇌가 신을 만들었을까?’ (본문 84쪽)    

신에 대한 믿음은 뇌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물론 이것은 신이 뇌의 산물이기 때문인지 혹은 신이 존재하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이 우리를 긍정적인 삶으로 인도한다는 데 대해서는 무신론자들도 기꺼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미국 러트거스대학 인류학과 교수 라이어넬 타이거(Lionel Tiger)도 그런 무신론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신이 뇌를 위로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신은 뇌가 정말 궁금해하는 존재의 원리와 이유, 그리고 사후세계에 대해 설명해주고 만족감마저” 주며, “미래 혹은 내세 등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삶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데”, 종교가 그 고통을 줄여준다. (본문 177쪽)

인류가 가진 최고 어려운 질문 중의 하나인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이 책이 그 해답의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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