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늙어갈 용기

tlsdkssk 2015. 10. 30. 11:28

노년의 의미 / 폴 투르니에 지음, 강주헌 옮김 / 포이에마

늙어갈 용기 /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에쎄

두 책 모두 40∼50대 장년을 위한 책이다. 은퇴한 뒤 은퇴 준비를 할 수 없듯이, 늙는 것도 늙기 전에 배워야 하며 그 시기는 장년이다.

늙는 것을 배우다니…,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막상 은퇴 이후 맞게 되는 물리적·심리적 환경은 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물론 ‘돈’ 문제가 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대다수 현대인은 직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다가 은퇴를 하면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그게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는 인간형이다. 가정주부도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남편과도 사별하면 은퇴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다. 은퇴자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다.

‘노년의 의미’를 지은 폴 투르니에(1898∼1986)는 내과의사로 출발해 정신과 의사로 더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로,‘인간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권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됐다. 그가 73세에 쓴 이 책은 원제목이 ‘나이듦을 배우는 일’이다. 그는 스위스의 동물학자 아돌프 포르트만의 말을 인용해 “평소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노년은 새로운 출발이며, 폭넓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본다. 그는 생계와 세속적 성공을 위해 내달리던 ‘자연적 삶’에서 ‘문화적 삶’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노년의 그윽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 장년기부터 다양한 관심사의 계발, 노동과 여가 활동의 조화, 제2의 이력을 찾을 것, 조언하려하기보다 들어주는 일에 힘쓸 것,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것 등을 조언한다.

‘늙어갈 용기’는 근래 ‘미움받을 용기’란 책으로 ‘아들러 신드롬’을 일으킨 일본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기시미 이치로(59)가 쓴 책이다. ‘∼용기’ 시리즈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대인관계·질병·늙음·죽음·웰빙 등 알프레트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에 더해 니체, 도스토옙스키, 에리히 프롬 등 많은 인물의 나이듦에 대한 잠언들도 녹여 넣었다.

프로이트, 융과 ‘심리학의 3대 거목’으로 불리는 아들러는 ‘열등감’과 ‘보상’을 인간 심리를 형성하는 축으로 놓고, 열등감에 대한 ‘건강한 보상’을 추구하는 걸 건강한 삶의 핵심으로 보았다. 그럴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심리 기제’는 ‘용기’이며, 그야말로 인생의 과제에 도전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열쇠다. 노년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힘도 곧 용기이며, 그것은 개인을 넘어 이타적인 공동체 감성을 키우는 것이다.

인간은 40대를 넘기면서 더욱 타자의 인정에 목말라해 어른의 주체성을 갖지 못한다. 그로 인한 공허감 탓에 세간의 고루한 고정관념이나 타인의 목표를 따라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타자의 시선이나 사회(정부) 조직에 종속돼 개성·인격을 잃어버린다. 또 자만심·야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노옹(老翁)이 돼 버린다. 이는 결코 ‘잘 늙어가는 것’(well-aging)이 아니다. 늙음 자체를 순리대로 수긍하는 여유로움과 넉넉함, 물질·명예·권력욕 등으로 본래 자아를 해치지 말아야 건강하게 늙을 수 있다. 저자는 아들러의 말을 인용해 “나 혼자만 행복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부터 행복해질 용기를 갖자. 그것이 타자에게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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